그림 그리고 싶다니까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워보란다
법이 여기까지...
그따위 법은 피해서 무법자처럼 그려보리라
막상 그려보니
법이 이미 안에 있더라
나무는 나무처럼 그리고
꽃은 꽃처럼 그리고
눈물을 눈물처럼 그렸다
만약에 사형수라면
좀 더 분명할텐데
마지막 식사 메뉴는 뭐로 할테냐
누군가 물어봐 줬을때 말이야
살아있는데 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곧 죽을거라서 그런가봐
마지막 메뉴는 김치찌개에 계란반숙을
이라고
그러고보면 사형을 선고받은 이유는
법을 어겼기 때문이라던데
그토록 어기고 싶었던 법을
어기는 법을 몰라서 그동안 못 어겼는데
왠지 하나도 억울하지가 않아서
변호사를 안 불렀다
근데 김치찌개랑 계란반숙을 들고 오기로 한 게 변호사라
배가 고파지니 눈물이
흑흑 울고있는데
정신차려보니 운전대를 꽉 잡고 있었다
배고픈 사형수보다도
더 많이 슬펐지만
우는 법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