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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공예 입문자 분들을 위해서

by BAEL LEATHER SCHOOL

요즘 가죽공예를 배우시는 분들이 정말 많지 않나요?


서울에서만도 몇 백개의 공방이 있다고 하니 거의 동네마다 공방이 있겠고요.

강남이나 홍대, 북촌, 이태원 등에는 거닐다 보면 예쁜 공방들도 많고, 유리창 너머로 열심히 배우시거나 작업하시는 분들 보면 '멋지다' '저런 공간에서 나도 함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에도 조금만 검색을 해 보시면 손수 만드신 멋진 작품들이며 좋은 정보들이 많고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검색을 해서 들어오신 분이 많으시겠죠?


그래서 조금만 노력을 더 하신다면 가죽 공예를 배우기도 쉽고 또, 만들기도 어렵지 않은 요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은 또, 힘드실 수도 있겠어요.

공예에 대한 용어도 생소하고, 기법도 여러 가지이고, 작품 스타일도 다양해서요.

자신에게 맞는 가죽이나 도구들을 사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저 역시도 처음에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가죽 공예 관련 카페에서 만드는 법을 보고 집에서 만들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때 만든 것을 지금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 당시의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겁지 않았나, 그래서 그 어떤 작품보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단, 누가 볼까 좀 구석에 숨겨 놓긴 하지만요.



가죽 공예.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입문자 분들께 이런 질문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가죽 공예를 하시려고 합니까?

1. 나는 취미 생활로 하고 싶어요.

2. 나는 보다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물론 취미로 하시다가 전문가로 점차 발전하실 수 있지만, 시작할 때 한 번쯤은 정체성(?)을 고민해 보신다면 이후의 공예 생활이나 작업에서 누구보다도 만족하시면서 작업하실 수 있을 실 겁니다.


이런 질문은 드리는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 큰데요.

즉, 취미로 하신다면 비교적 가볍고 적은 도구와 장비를 사용해도 되지만, 전문가로 되시려면 그 작업에 맞는 여러 가지 도구와 장비들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런 것을 놓고 작업하실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시고요. 무엇보다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셔야 할 겁니다.


문제는 분명한 목표가 없이 하시면 자기도 모르게 하나씩 둘씩 돈이며 시간이며 투자 하다가 나중에 포기 하실 수 있고요.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처음 샀던 가격에 절반도 안되게 장비들을 싸게 내어 놓게 되더라고요.안타깝죠.


전문가는 전문가에 맞는 투자가 됨을 꼭 시작 전에 알아보셨으면 합니다.

또,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가죽 공예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여러 악 조건과 상황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시작도 안 했는데 고민만 잔뜩 늘어놓았네요.

그럼, 나의 목표를 정하셨으면 가죽 공예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까요?


가죽 공예는 여러 가지 기준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저는 크게 소품과 가방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소품은 지갑류, 파우치류 등이고요.

그런 것을 담을 수 있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것은 가방이 있겠습니다.

단순하게 작은 사이즈, 그래서 원재료가 적게 들어가거나 작업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소품으로 나누고 보다 큰 것은 가방류로 나눠보겠습니다.


다음으로 스티칭(바느질)을 손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기계의 힘(미쉰-미싱으로 많이 아시는데요 일본말입니다.재봉틀)을 빌릴 것인가로 또 나눠 보겠습니다.


다음은 재단한 가죽의 단면을 마감하는데 약품을 올린 엣지코트로 할 것인가 가죽을 접어서 시접으로 할 것인가도 나눠보고요.

더 많은 분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위의 세 가지 분류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즉, 지갑 같은 소품은 작고 보다 정교해야 해서 핸드로 스티칭을 하고 엣지코트로 마감 작업을 하고요. 가방처럼 규모가 있어서 작업량이 많은 것은 미쉰으로 스티칭을 하고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시접을 많이 해서 작업합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위의 조합으로 작업을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가방의 정교해야 할 부분에는 핸드로 스티칭을 하고 소품에서 내구성의 문제로 시접을 작업하기도 합니다.

또, 개인적인 선호도가 강할 수 있어서, 작업량은 많지만 가방의 스타일을 위해서 엣지코트방식으로 마감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조심스러운 것은 어느 방법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것은 핸드로 하는 것이 미싱보다는 더 좋다던지, 엣지코트가 시접보다 더 고급이지는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 용도와 재료에 맞춰서 또는 개인의 성향으로 선택하시는게 맞겠습니다.

각 방식에는 좋은 점과 함께 어려운 점도 동전의 양면처럼 있는데요. 엣지코트를 바르려면 재단과 접착이 정확해야 한다던지, 시접이 잘 나오려면 피할이 정교해야 하는 식입니다.


혹시, 입문하시는 분들 중 전문가까지 생각하신다면, 위의 분류들을 모두 다 경험하신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기의 색깔과 작업방식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다양한 기법과 장비와 도구를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렇게 전체 범위를 보고 그 안에서 각 류별로 하나씩 작품들을 만들어 가신다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실력이 늘어을 느낄 수 있을 텐데요.


즉, 소품에서 가방으로, 핸드스티칭에서 미쉰으로, 엣지코트에서 시접으로 만들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한 패턴의 명함지갑, 다음으로 몇 가지 패턴이 조합된 카드지갑, 안감과 겉감을 모두 사용하는 여권지갑, 시접을 사용한 장지갑을 만들어서 기초 기술과 기법을 익히시고, 다음으로 보다 복잡한 반지갑, 장지갑, 입체 지갑, 지퍼 지갑 등으로 심화 작업을 하신 후에는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소품류들을 만들어 보실 수 있겠습니다.


보다 규모가 큰 가방을 위해서는 미싱과 피할이 필요한데요. 이것을 위해서는 핸드보다는 좀 더 큰 장비와 공간이 필요로 하게 되죠.


가방은 패턴으로 나누면 T 패턴 가방, U패턴 가방, 아코디언 가방, 보스턴가방 등으로 볼 수 있고요.

아웃 스티칭을 할지, 인 스티칭을 해서 뒤집을지,

어떤 보강재를 얼마만큼 쓸지,

안감을 할지, 말지, 가죽으로 할지, 패브릭으로 할지,

또, 파이핑을 할지, 말지 등등

여러 가지로 나눠서 작업하실 수 있겠습니다.


이런 기본 작업을 하시고 나면 다음으로 역시 자신만의 디자인의 가방을 제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많은 가방 형태와 종류가 있고 여러 패션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지지만 그 근간은 한정적이고 그것을 응용해서 다양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에르메스 사의 유명한 켈리 백의 경우는판이 가방의 중심 패턴이 되는 U패턴을 바탕으로 에르메스의 독창성과 아이덴티티가 반영된 것이고, 루이비통의 스피디 백의 경우는 일반적인 보스턴백 형태에 루이비통의 색깔이 입혀졌다고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 또 한가지 조심스러운 것이 있는데요.

바로 명품 패션 브랜드사의 제품을 리메이크 내지는 카피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공방이나 작업실에서는 이 리메이크를 특색으로 내세워 수강을 하시는 곳이 있고요.

어떤 공방에서는 이런 리메이크를 경계하는 곳도 있고요.


글쎄요.

거창한 법적, 도덕적 문제를 떠나서 제 생각은 분명 이런 리메이크 작업을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당연할 수 있는 것이 명품 사에서 엄선된 소재와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오랜 시간을 고민해서 만든 제품들이기 때문에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이나 그 밑에 깔린 고민과 노력과 기술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 배움에서 더 넘어서서 상업적으로 이용이 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우는 단계에서는 많이 리메이크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면서 만들기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황금 비율이나 패턴의 위대함도 느껴보시길요.


마지막으로,

소품과 가방의 기초 부분에 필요한 가죽으로는 좀 단단한 베지터블 소가죽, 좀 부드러운 고트 가죽, 뒤집기용으로 편한 소가죽 정도 준비하시면 작업이 가능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이고 초보이실수록 저는 보다 좋은 가죽을 써보시길 권하는데요. 이런 가죽들은 내구성, 탄성, 광택, 복원력 등이 우수하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적인 보강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작업이 가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가죽의 느낌을 꼭 느껴 보시길 기대하고요.

어떤 가죽이 좋은지 모르시겠다고요?

우스개 소리로 비싸면 좋은 가죽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냄새도 맡아봅니다. 좋은 가죽은 깨끗한 가공과 보관으로 좋은 향기가 나고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안 좋은 냄새가 납니다.


피렌체 가죽학교에서 수업비에는 기본적으로 가죽 값도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요. 학생들의 실습용으로 그다지 좋지 않은 가죽을 제공하였음에도 역시 이탈리아산인지, 한국산보다는 평균 이상으로 뛰어났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죽마다 독특하고 약간 향기롭기까지 한 가죽의 그 냄새가 아직도 코에 머무는 듯하네요.


가죽,

이도 저도 모르시겠다 하면 냄새 한번 맡아보세요.


저는 써 보니까 뷰테로, 크리스페 고트, 슈렁큰 가죽이 작업성도 좋고 결과물도 좋더라고요.

뷰테로 반장이 약 10만 원선, 크리스페 고트가 약 8만 원선, 국산 슈렁큰 한 마리는 약 10만 원 정도 하고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 있으니 아시는 분들과 같이 구입해서 반씩 나누신다면 소품과 가방의 기초는 어느 정도 작업하실 수 있겠어요.


처음 가죽을 사면 원장은 다소 두껍습니다. 이것을 전체 면피할이라고 해서 두께를 얇게 쳐 주실 수 있어요.

즉, 가죽의 윗면을 기준으로 일정한 두께만큼 전체를 치는 것이 전체 면피할이 되고요.

뷰테로는 1/3은 1.2T로 나머지는 0.7T로, 고트는 0.7T로, 슈렁큰은 원장 그대로 피할 없이 사용하면 되겠습니다.

추가적인 부분피할이나 손피할은 작업하시면서 해 주실 수 있겠습니다.


그 외 소모성 부자재로 실은 비니모 MBT, 엣지코트는 훼니체, 본드는 켄다, 그리프는 교신 엘르와 지퍼, 지퍼 슬라이드, 스토퍼, 스냅 핑, 디링, 후크 등을 구비하시면 되시겠어요.

이런 것은 인터넷으로도 구입하실 수 있고요.

처음이시라면 신설동에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으니 꼭 구경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번 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신설동 가죽 시장으로 갈 것 같습니다.

혹시, 길에서 마주친다면 인사 나눠요.

그런데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의 2017년 올해 캐치프레이즈는 'Enjoy Craft, Find my color 2017'로 정했습니다.


가죽공예를 취미로 시작했다가 미쳐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역시 회사는 때려치워야 제 맛인 듯합니다.- 피렌체 가죽학교 갔다 오고 개인 작업실도 마련했는데요. 그렇게 정신없이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가죽 공예를 잘 하는 분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가죽 공예 실력이 엄청 뛰어나 지신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잘하시는 분들을 보며 부러워도 했다가 의기 소침도 해졌다가 그러면서 내가 왜 공예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정체성도 흔들리더라고요.

3년마다 온다는 슬럼프가 제게도 온 겉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올 해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처음 공예를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면서 작업을 하려고요. 또, 조금이나마 저만의 공예의 세계관과 색깔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비록, 저의 브런치가 대단한 것은 없지만 지금 입문하시는 분들보다는 제가 조금 더 일찍 먼저 만들어보고 경험하고 고민한 것을 같이 나누고자 하니, 앞으로도 저의 공예 여정을 계속 지켜 봐 주세요.

또, 저보다 더 오래 하신 선배님들이 제 브런치를 보실 때 혹, 틀린 게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조언도 많이 해 주시고요.



2017년 정유년.

공예를 시작하시는 분들과 가죽 공예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의 원하는 바,

모두 이루시고 즐거운 공예 작품 활동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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