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피렌체 가죽 학교의 장비
이번에는 제가 다녔던 피렌체 가죽학교의 여러 장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도구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너무 단출해서 넘어가겠습니다.
여기 수업은 일 년에 한 번 6개월 코스와 3번의 3개월 코스가 있습니다.
한 번에 약 20명도 학생이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하고요.
또 수업 외에도 선생님과 학교에서 직원분들이 제품용 가방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맞는 장비들을 모두 갖추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네끼라고 저는 처음 들어보는 제조사의 실린더 미쉰입니다.
총 두 대가 있습니다.
다른 한대의 네끼입니다.
마오쌤께서 애정을 갖고 계신 거고 실제로 제품을 만드실 때 사용하시는 겁니다.
쌤이 직접 노루발을 커스터마이징 해서 사용하실 정도입니다.
여기서 제일 오래된 미쉰 중 하나이며 아마도 오랜 시간 동안 이 가죽학교와 그 역사를 같이 했겠습니다.
이 미쉰을 보니 7년 전 판매했던 타조 핸드백의 수리가 들어와서 쌤께서 한 땀 한 땀 작업하시던 모습이 그려집니다.
마오쌤의 국적은 일본이신데요.
가죽학교 전에 중국이나 스페인에서도 가죽공예를 하시고 여기 학교에서 수업을 배우고는 이탈리아 마스터분의 뒤를 이어서 학교 수업을 총괄하시는 분이 되셨습니다.
동양인으로서 역사 있는 이탈리아 학교의 마스터가 되셨으니 그 실력은 말할 것도 없고 또 공예에 대한 진지함과 성실함까지, 제가 알고 있는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좀 괴상한 장비는 스프레이 본딩 장비입니다.
수성 본드를 사용하고요. 또 별도의 gas를 이용해서 스프레이 건으로 본드를 골고루 뿌려줍니다.
전면 접착에서는 어김없이 이 장비를 사용하였습니다만 한국에서는 구하기도 어렵고 관리도 어려워서 아쉽게 구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가방 제작에서는 많은 본딩을 이 장비로 쓸 만큼 사용 빈도가 매우 높아 전문적인 가방 공장에서는 구비해서 사용합니다. 안 그러면 넓은 면적의 본딩을 일일이 손으로 하기 힘드니까요.
이 머쉰은 애들러라고 독일산입니다.
애들러 머쉰은 많은 명품 제조사에서 사용을 하고 있고 우주항공복도 이 회사의 머쉰을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품질도 유명하고 또 그만큼 가격도 비쌉니다.
보시는 학교의 장비는 고색창연 할 정도로 오래된 듯하며 역시 학교와 같이 해 왔음을 직감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엄청난 스피드와 파워로 스티칭 땀을 망친 후 저는 가능하면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최신의 애들러 머쉰입니다.
최신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구형입니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모델이고요.
애들러 머쉰은 참 땀이 정확합니다. 매우 깨끗한 땀을 보여주고 스티칭 때 매우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저는 애들러 머쉰의 가이드가 좋았습니다.
스크루로 상하, 좌우를 조절하는데 고정력도 있으면서 조절이 쉬웠습니다.
이 머쉰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서 많은 학생들이 선호를 해서 항상 다음은 나를 외치며 대기를 예약해 놓아야 했습니다.
학교에서 만든 가방들을 지금 볼 때에도 가끔 아 이 땀은 참 깨끗하고나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이 애들러 머쉰의 것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우아한 땀의 네끼를 제일 많이 쓰고 그다음으로 이 애들러를 사용했었습니다.
이건 전체 피할기입니다.
전체 피할기는 다시 한 마리 전체를 피할 할 수 있는 것도 았고요. 이 장비는 약 폭이 4~50센티정도 는 중형 사이즈입니다. 가방의 크기가 한 판이 4~50센티를 넘지 않으니 제작에는 충분한 크기입니다.
듣기로는 가격이 1000만 원대라고 합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정도 장비를 놓고 유지보수를 하려면 웬만한 공장이 아니면 어렵겠습니다.
듣기로는 한국 가죽 공방에서도 이 장비를 놓고 쓰시는 곳이 있다고 하니 그보다 더 부러운 게 없습니다.
이 피할기가 있다면 공예를 그만큼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때마침 피할기가 이상이 있어서 수리를 위해서 약간 분해를 한 경우입니다.
운 좋게 목격(?)할 수 있었네요.
참고로 피렌체 가죽학교는 수업뿐 아니라 제품도 만들고 판매를 하는데요.
이렇게 전체 피할과 재단 등의 작업은 여기서 일괄적으로 하면 그것을 다음의 제작자분들이 받아서 만들게 됩니다.
이건 또 무슨 우악스러운 장비일까요?
파이핑 심지를 가죽에 자동(?)으로 감싸고 파이핑이 부드럽게 되도록 일정한 커팅까지 해 주는 기계입니다.
정말 있으면 편하지만 없다고 못하는 건 아닙니다.
공장 같은 곳에서는 필요하겠습니다.
파이핑을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던걸 이 기계 한 번에 접착, 커팅까지 되는 경험을 하면 사고 싶을 겁니다.
이 애들러 미싱은 포스트 암 머쉰입니다.
암 사진처럼 수직으로 뻗고 이 끝에 밑실 가마가 장착되어 있는데요.
형태 때문인지, 구조가 틀려서인지, 크기 때문인지 실린더 머쉰보다는 더 비쌉니다.
제가 꼭 다음에 구매하고 싶은 타입의 머쉰입니다.
왜냐면 이 것만이 가능한 가방이나 파트가 있어서 인데요.
그럼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손이 있으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손은 기계가 하기 어려운 입체까지 모두 가능하니까요.
점점 더 괴기스러운 장비들이 나옵니다.
이건 폴리싱 기입니다.
폴리싱은 가죽 단면을 정리해 주는 것으로 잘 사용하면 엣지코트를 비교적 쉽고 빠르게 좋은 품질로 바를 수 있습니다.
가죽학교에서 두 번째로 부러운 장비였습니다.
엣지 코트를 바를 때 웬만한 참을성이 없으면 안 되는데 이 장비는 그 작업 시간을 많이 줄여 줍니다.
그러나 소음과 먼지는 장난 아닙니다.
공장에서는 꼭 필요하겠네요.
저희는 사포와 손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한국에 와서 이 장비가 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딱히 찾을 수는 없더라고요.
외국에서 수입을 해오는 것이 있는데 가격이 비싸고 그렇게 있던 중 우연찮게 동네 구두방에서 크기는 작지만 폴리싱을 할 수 있는 장비가 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신발 밑창을 갈거나 할 때 이 폴리싱 기를 사용하더라고요.
나중에 기회 되면 꼭 구입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자리 바로 뒤에 있던 이것은 가죽이 겹쳐서 두꺼워진 면을 눌러서 얇게 해주는 프레스기입니다.
저는 꾹꾹이라고 불렀는데요.
미싱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두께와 함께 얇을수록 잘 되기 때문에 많이 사용했던 장비입니다.
본딩의 접착도 프레스기로 더 밀착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없다면 어떻게 할까요?
우리에게는 파라 플루이라고 집게가 있으니 그걸 쓰시면 되겠습니다.
가죽 공예를 전문적으로 하려면 의외로 많은 도구와 장비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없다고 작업이 안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각자의 경제적 예산과 상황에 맞춰서 필요한 것들을 구비하고 작업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산에 휴가를 가고자 할 때 ktx를 탈 수도 있고, 버스를 탈 수도 있으며 맘만 먹으면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