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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Dec 09. 2022

남편과 함께한 정밀초음파.. 22주 배불룩 임신부 되다

20주 정기검진 이은 1시간 초음파 기록.. 아들 맘 확정 소식도 들어


임신 16주부터 배가 눈에 띄게 나오더니 20주가 넘어서자 누가 봐도 임신부의 몸으로 바뀌었다.

일찌감치 임신부 속옷을 구매해 편하게 입었고, 최근 바지와 치마 임부복도 구매했다. 임부복은 허리가 넓은 밴드로 되어 있어서 복부 압박감도 없고 무척 편하다.

집에서 편하게 입던 트레이닝복도 허리가 안 맞아 점심/저녁 산책은 남편의 츄리닝(?)을 입고 운동하고 있다. 결혼 후 남편이 살이 붙으면서 작아진 옷들을 내가 물려받아 입고 있는데, 아주 잘 맞는다.


16주 초음파 이후 20주 정기검진도 무사히 잘 다녀왔다.

예고했던 대로 서울대병원 20주 정기검진에서는 초음파 진료를 따로 보지 않는다. 대신 22주경 정밀초음파에서 아기를 만날 수 있다.

정밀초음파는 심장/뇌/장기/손가락/발가락 등의 기형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한다.

분만실에서 따로 예약을 해야 하며, 정밀초음파 대기자가 참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은 특별히 남편과 동행하기로 했다.

산부인과 담당 주치의 교수님의 진료가 평일이라서 남편과 정기검진에는 함께 오지 못하는데, 정밀초음파는 연차를 내고 함께 하기로 했다. 물론 초음파실에도 남편과 함께 들어갈 수 있다.


먼저 질초음파를 통해 ‘자궁경부 길이’를 확인했다. 결과는 ‘정상’. 이어 배 초음파로 아기의 위/신장/간/대장 등 장기의 기형 여부를 살펴봤다.

초음파 담당의가 중간중간에 아기 장기 위치를 알려줬는데, 까맣고 흐리게 보이는 초음파상으로는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담당의의 초음파가 한 곳에 길게 머물렀다.


“혹시 오늘 초음파에서 아기 성별을 알 수 있을까요?”


보통 산부인과에서는 16주가 되면 아기 성별을 알 수 있다. 그 무렵 아기의 생식기가 발달하게 되면서 성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병원에서도 넌지시 힌트를 주기 마련이다.

서울대병원은 정밀초음파를 통해서야 아기 성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장장 22주를 기다렸다.

사실 다른 병원을 예약해 아기 성별을 미리 알 수도 있었지만,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성별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또 어떠랴…


친한 친구가 꿔준 태몽은 ‘빛나고 빨간 사과’였다. 내가 꾼 태몽은 ‘똥’과 ‘뱀’이 나오는 꿈이었다.

세 가지 태몽 모두 아들과 딸의 확률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렵게 생긴 아기이니 그저 건강하게 자라고, 만출(만삭 출산)하기만 소망했다.

그러나 가족들과 주변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우리 부부야 아기 성별이 상관없다지만 가족들 중 특히 양가 부모님은 내심 궁금해하시는 눈치였다.

동생도 불룩 나온 내 배를 보고는 ‘왠지 아들일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주변 친구들도 ‘아들 맘’에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담당의가 초음파 한 곳을 길게 머물며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말했다. 다리 사이를 가리키며 “여기 보이시죠? 아기가 아무래도 아빠를 더 닮은 것 같네요.”


우리 ‘초복이(태명)’는 아들이었다.


약 15분간 초음파를 봐주던 담당의가 자리를 비웠고, 다른 담당의로 바뀌었다. 심장과 뇌 등 나머지 장기의 기형여부를 파악한다고 했다.

심장초음파를 보던 중 아기의 자세가 불편하다면서 10분간 걷고 오라고 권유했다. 옷을 갈아입은 후 남편과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아기의 자세가 협조적이어야 정밀초음파를 무사히 마칠 수 있기 때문. 아기가 주먹을 쥐고 있는터라 펼친 손가락은 볼 수 없었지만, 손가락뼈는 확인 가능했다.

발가락뼈 역시 5개로 보였다. 혈류(피의 흐름)와 양수도 체크했는데, 담당의는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길고 길었던 정밀초음파가 끝났다.

남편은 얼마나 뚫어져라 초음파 화면을 봤는지 눈이 충혈돼 있었다. 정밀초음파상 특별한 문제가 파악되진 않았지만, 초음파로 알 수 없는 영역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또 정밀초음파상 자세한 결과는 24주 담당 교수님이 알려주실 거라고 전해 들었다. 어쨌든 건강하면 됐다.


이제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려줄 때다. “어머님, 오늘 병원에서 아기 보고 왔는데요. 드디어 성별이 나왔네요. 아들이래요.”

“어머, 그러니? ㅇㅇ아 더더더더 축하한다!!!!”


시어머니의 격한 반응에 기쁘기도 하면서 내심 놀랐다. 그동안 아기의 성별은 전혀 상관없으시다던 어머님이셨는데, 아들이라는 소식에 ‘더더더 축하한다는’ 말씀에 속마음이 나온 것.

그러면서 아버님이 좋아하시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하셨지만, 손자를 바라고 계셨던 모양이다. 여하튼 ‘초복이’를 격하게 환영한다는 말씀이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엄마, 오늘 병원 갔는데 아기 성별 알려주더라. 아들이래.”

“아 그래? 잘됐네… 근데 너네 키우기 수월치 않겠는데?”


엄마의 반응은 차분했다.

딸만 둘인 엄마는 집에 아들이 있는 상상이 안된 모양이다. 엄마 주변 친구들의 경우도 손자보다는 손녀 봐주기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노산에 에너지 넘치는 아들을 키운다니 걱정이 앞선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다 크더라도 아들보다는 딸이 더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서 나 역시 엄마처럼 딸을 뒀으면 하는 바람이지 않나 싶다.

그래도 엄마는 손자라는 소식에 아들 키우는 재미는 또 어떨지 기대하는 눈치다.


다음은 24주 정기검진. 임신성 당뇨 검사가 있다.

고위험군 산모라서 임신성 당뇨 위험도도 일반 산모에 비해 3~4배가 높다고 한다. 임신성 당뇨의 원인은 여러 가지(호르몬, 가족력, 체중, 나이 등)가 있는데, 그중 나이가 많으면 불리하다.

최근 우리나라에 임신성 당뇨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고령 임신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의 경우 당뇨 가족력도 없고, 임신 전 과체중도 아니고, 임신 후 급격하게 체중이 늘어나지 않았는데, 초산인 데다 40대로 나이가 걸린다.


하필 입덧이 끝난 후 16주까지는 체중을 잘 유지해왔는데, 20주 이후 남편과 친구들과 외식을 즐기면서 과식을 했더니 체중이 늘었다.

당뇨 검사를 앞두고 체중 조절을 하려고 했던 계획은 무산된 것 같아 걱정이다. 과연 40대 초산모는 임신성 당뇨 검사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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