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자연분만? 나의 선택은… 출산가방 싸기 돌입
“엄마, 배가 단단해졌어요. 화장실 가야 할 시간이에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 눈이 떠졌다. 잠결에 아랫배를 만져보니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화장실 신호다. 자궁이 커지면서 방광을 눌러 임신 후기가 되면 화장실을 더 자주 가게 되는데, 새벽에 한두 번씩은 꼭 신호가 온다.
졸리다는 핑계로 소변을 참으면 배가 뭉치는 느낌이 있어서 아기와 나 모두 불편하다.
화장실을 다녀오면 잠이 확 달아난다. 처음엔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아 다시 잠이 들기를 노력했다.
눈을 감고 10분, 20분, 30분을 보내다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면 어느덧 1시간이 지나 있곤 했다.
처음엔 “눈은 졸린데, 왜 잠이 안 오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알고 보니 ‘임신 불면증’이었다. 어느 날은 새벽 2시 30분에 눈이 번쩍 떠졌다. 아기의 힘찬 발차기가 느껴졌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침대에 누우니 아기의 태동은 더욱 요란해졌다. 옆구리를 사정없이 쳤는데, 힘도 꽤나 세져 아프기까지 했다.
누운 채로 멍하게 있은지 1시간이 지나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참다가 침대를 박차고 나갔다.
냉장고에서 귀리두유를 꺼내 한 잔 따라 마시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실내지만 새벽의 공기는 꽤 싸늘했다.
담요를 덮어쓰고,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날은 새벽 6시까지 잠이 안 와서 남편의 출근길을 배웅했다.
임신 불면증은 꽤나 고약했다. 매일 새벽 화장실 신호는 오는데, 그때마다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면서 남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경우는 양호하지만 어떤 날은 새벽 3시 전에 눈이 번쩍 떠져 그대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한다. 6시 전에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고, 겨우 잠이 들긴 하지만 밤부터 아침까지 통잠을 자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몸이 개운하지가 않다.
통잠…9개월에 접어든 이후 단 하루도 통잠을 자지 못 했다.
30주가 넘어서면 아기의 태동이 줄어들기도 한다는데, 초복이(태명)는 여전히 폭풍 태동 중이다.
앞으로만 불렀던 배가 이젠 옆구리도 불룩하게 나왔는데, 배 모양이 달라지자 옆으로 누웠을 때도 이젠 불편하다.
아기와 만나기까지 이제 한 달여가 남았다. 이제는 앉았다 일어나는 것도, 양말을 신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짧은 외출에도 쉬이 피로해지고, 계단을 서너 개만 올라도 숨이 찬다. 몸무게가 10킬로 가량 늘었으니 관절 마디마디도 힘들거다.
하지만 임신 주수가 꽉 채워지면서 아기와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콩알만 했던 태아가 지금은 2킬로가 훌쩍 넘는 아기로 성장했고, 지금은 뱃속에서 딸꾹질도 할 만큼 컸다.
아기의 발차기가 예사롭지 않아졌다. 양발로 찰 때면 배모양이 찌그러지는 경우도 있다.
폭풍 태동을 할 때면 배 안에 CCTV를 달아서 아기가 어떻게 움직이고, 하루를 보내는지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내 안에 두 개의 심장이 뛴다는 사실도 문득 감격스럽다.
특히 폭풍 태동을 할 때면 아기가 커져서 그런지 피부 아래 아기의 움직임이 한결 가깝게 느껴져 무척 신기하고,
나와 남편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게 교감이구나.” 싶다.
분만은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40대 노산인 데다 허리디스크를 앓은 이력이 있다 보니 진통을 겪을 자신이 없다.
교수님은 자연분만도 할 수 있다고 격려하셨지만, 진통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수술로 결정했다.
허리디스크 재발은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남은 한 달은 되도록 안전하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출산 가방을 싸고, 아기 빨래를 마무리하면서 초복이 맞이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