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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푸기 Jul 13. 2020

나는 허리디스크 환자다

허리디스크가 급속도로 악화된 이유

이번 봄은 전 세계 코로나 19가 덮치면서 사상 초유의 전염병을 경험한 잊지 못할 한 해다. 개인적으로 2020년 봄은 참 잔인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1월부터 간헐적으로 허리 통증이 있었는데, 매일 스트레칭과 요가, 뜨거운 찜질로 허리를 달래 왔다. 그러다 3월, 허리만 묵직했던 느낌이 엉덩이를 타고 내려왔다. 이상하게 통증이 심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 무렵 난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됐다. 


3월 말 산부인과에서 임신 4주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2주 후 임신 6주가 됐을 때 단태아 임신이 아닌, 다태아 임신(쌍둥이)인걸 확인했다. 자연임신에 일란성쌍둥이였다. 임신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앉을 때는 괜찮다가 일어서면 왼쪽 다리 저림이 슬슬 올라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경감되지 않았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은 선에서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허리와 다리를 스트레칭했다. 누워 있을 땐 다리를 벽에 올려놓거나 마사지볼로 허리와 엉덩이를 마사지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심한 통증이 지속됐다. 


내 몸 안에 다른 생명이 막 생긴 터라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을 수 없었다. 때마침 코로나 19로 재택근무 기간이어서 일하는 데는 지장은 없었지만, 허리 통증은 매일매일 지속됐다. "원래 임신하면 없던 허리 통증도 생길 수 있어요." "자궁이 커지면서 뒤쪽 허리를 누르면서 약간의 통증이 있을 수 있어요." 임산부 온라인 카페에 가입해서 '초기 임산부 허리 통증'을 열심히 찾아봤다. 초기 임산부지만 허리 통증을 겪은 경우가 꽤 있었다. 의사도 허리가 약한 산모들은 임신하자마자 몸의 변화를 느낀다고도 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자궁이 커지면서 허리 통증이 생겼고, 원래 허리가 약한 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거라고. 


걱정은 또 다른 데서 생겼다.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곧 도태될 거란 얘기를 들었다. 문제는 도태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심장이 뛰는 다른 태아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 한 다태아 진단을 받았는데, 유산 가능성이 있다고 들으니 걱정이 너무 됐다. 그리곤 8주 차에 계류 유산 진단을 받았다. 


허리 통증으로 임신 기간 내 컨디션이 별로였는데, 막상 임신이 중지된다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솔직히 초기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에 임신 막달까지 어떻게 견뎌야 하나 걱정이 앞섰는데,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했던 것에 미안함이 들었다. 사실 유산은 내 의지와 상관없는 부분이다. 특히 계류 유산의 경우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렵고, 태아의 염색체 이상으로 유산될 가능성이 크다. 처음부터 수정된 태아가 아기로 태어날 만큼 건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유산은 내 허리 통증과 무관하다. 누구의 탓도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발생한 일이다. 


사실 임신 기간에 허리 상태는 최악으로 번졌는데,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다. 진통제며 주사도 맞을 수 없어 통증에도 별달리 손 쓸 방법이 없었다. 일단, 급한 대로 소파 수술을 받았다. 수면 마취로 3~4시간 입원하면 끝나는 간단한 수술이었다. 물론, 수술 후 몸 회복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산부인과 담당의는 최소 2주 이상 쉬면서 몸조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기회복을 위해 한약을 지었다. 


수술 후 몸 회복 기간 중 허리디스크가 터졌다. 다리 저림 현상은 디스크가 밀려 나오면서 신경을 눌러 발생한 현상이었는데, 그게 결국은 터져서 흘러나오게 됐다. 터진 날 아침 극심한 통증과 함께 허리를 펼 수도, 걸을 수도 없게 된 거다. 소파 수술을 받은 일주일 뒤 척추수술까지 받게 됐다. 4월 말 7일 만에 두 번의 수술과 입원, 재활이 시작되면서 회사를 한 달 쉬기로 결정했다. 올해 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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