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

초신성 8편

by JunWoo Lee

< 로젠은 과연 어디까지 타락할 것인가? >

브리타니아 타임스


무리한 생체 실험을 감행하다 결국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하이드 로젠 박사. 이제 그는 새로운 둥지에 똬리를 틀고 또 다른 생체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로젠이 몸담고 있는 연구소는 민주화 시위 참가자를 강제로 실험에 동원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지에선 독재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가족이나 지인과의 연락이 끊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각국의 언론사 및 인권 단체에서는 취재단을 파견하여 조사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는 입국 통제에 대부분 발목이 잡혀 있다. 현지에 파견되어 있던 특파원들도 관련 정보에 쉽사리 접근할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때문에 현재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해당 연구소와 국가에서도 인권 탄압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실상을 알기 위해선 보다 더 강력한 정치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국 정상의 의견이 분분하여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인권 탄압 의혹을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는 국가도 있는 반면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며 섣부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걸음 물러선 국가도 있다.

이번 일엔 인권 탄압 문제뿐만 아니라 각국의 이익 관계도 복잡하게 얽힌 만큼 쉽게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뜨거운 감자를 다들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상황에서 신나는 건 로젠 박사다. 그는 이제 아무 거리낌 없이 전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인권 문제로 그에게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며 자원적 지원 또한 부족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로젠의 악랄함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의 악마적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아낌없는 지원을 뒤에 둔 로젠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우리는 잘 지켜봐야 한다. 그가 만들어 낸 것이 신-냉전 시대를 촉발할 수 있다.

신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곳은 언제나 무기다. 만약 그가 전에 없던 인공의식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이런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부터 뒤에 줄을 서고 있는 국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냉전 시대의 반복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 지금까진 의혹만 있는 상태라 제대로 된 조치가 불가능하다. 당사자의 의혹 전면 부인에 대부분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로젠이 인공의식을 만들고 과연 그걸 통제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인공의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만약 그것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을 때 재난은 전 세계를 뒤덮을 것이다. 스카이넷을 상상해 보시라.

결국 사태는 심각한데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로젠이 뒤늦게라도 양심을 찾고 귀국해야 한다. 하지만 로젠을 곁에서 지켜봐 온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건 불가능해 보인다.

로젠을 접한 사람 모두 그가 연구에 미쳐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실험 참가자를 죽음에 내몰 정도이니 말이다. 이전에 로젠의 정신 상담을 담당했던 전문가는 그가 오로지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있으며 그곳에는 누구도 발 붙이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니까 여러모로 난처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브리타니아 타임스가 끊임없이 파고든다면 언젠가는 길이 나올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의혹과 관련된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전 세계로 송출할 예정이다.

아마 운이 좋다면 전파는 로젠에게도 닿을 것이다. 로젠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손 털고 그 나라에서 나오길 바란다. 정말로 늦어 버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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