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독자.

by JunWoo Lee

처음 글을 쓸 때는 누군가에게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공상을 구체화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근데 사람 욕심엔 끝이 없다고 막상 글을 다 쓰니 마음이 바뀌었다. 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읽힐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내 글을 읽어달라고 누군가에게 부탁할 용기는 없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엄마에게 살며시 요새 한창 쓰던 소설을 완성했다고 말씀드렸다. 엄마는 참으로 대견해 하셨다. 한심하게 살던 아들이 뭐라도 끄적이기 시작했으니 그러실 만도 했다.


감사하게도 엄마는 내 소설을 읽고 싶다고 해 주셨다. 그렇게 내 첫 소설의 첫 독자가 정해졌다.


처음으로 독자가 생겨 기뻤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도 됐다.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글을 보여 주는 거였으니까.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누군가가 바로 앞에서 내 글을 읽는 건 민망했기에 엄마에게 소설을 드린 뒤 방으로 도망치듯 숨었다. 다 읽는데 얼마나 걸릴까. 혹시나 읽다가 지루해서 포기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잠에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잠에 들어서인지 새벽에 깼다. 깬 김에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주방에 미등이 켜져 있었다.


왜 저기만 불이 켜 있지하고 봤는데 엄마가 미등 아래에서 내 소설을 읽고 계셨다. 그것도 내가 나온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진지하게.


부끄러운 마음 반,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 반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이 새벽까지 몰입해서 읽을 정도면 그렇게 나쁘진 않은 거 아닐까.


[새벽의 미등 아래에서 내 첫 소설을 읽는 첫 독자]


이 인상은 내게 강하게 남았다. 백 마디의 칭찬보다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 주는 독자의 모습. 그 자체에 나는 강렬한 동기 부여를 받았다.


웃긴 건 그 일의 인상이 깊어서인지 당시 엄마가 내 첫 소설을 읽고 어떤 평을 내렸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명 뭐라고 평을 내리긴 하셨을 텐데 말이다.


나중에 스티븐 킹의 글을 보며 느낀 건데 작가에게 진지한 독자의 존재는 꽤나 중요한 것 같다. 스티븐 킹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엔 아래와 같은 대목이 나온다.


나는 이런 모방작 한 편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감탄하셨다.
(...)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엄청난 '가능성'이 내 앞에 펼쳐진 듯 가슴이 벅찼다. 마치 커다란 건물 안에 들어가서 그 수많은 문들을 마음대로 열어보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
어머니는 한 편이 완성될 때마다 나에게 25센트 동전 하나를 주셨고, 네 명의 언니들에게 보내어 두루 읽혔다. 네 편의 이야기. 편당 25센트. 그것은 내가 이 일로 벌어들인 최초의 1달러였다.

- 책 <유혹하는 글쓰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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