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 독자들의 피드백 덕분에 글이 나아지는 게 느껴졌고 욕심이 났다. 내 글이 공모전에선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졌다.
소설 공모전을 알아 봤는데 전자출판대상이라는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다. 문체부에서 하는 공모전이라 상금 규모가 컸는데 E-Book 공모전이라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적었다. 또 자세히 알아 보니 내가 쓴 글을 거의 그대로 제출할 수 있어 부담도 덜했다.
내게 딱 알맞은 공모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지방에서 소설을 다듬은 후 제출했다.
소설을 제출하니 복권을 산 것처럼 발표날이 기다려졌다. 이때만큼은 한창 소설을 쓸 때와는 다르게 시간이 느리게 갔다.
발표날이 가까워질 때즘엔 별 걱정이 다 됐다. 만약 내가 군대라 연락이 안 되어 상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어떡하지라는 김칫국 고민도 했다.
마침내 발표날이 도래했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일과 중 시간이 날 때마다 메일을 확인하러 사지방에 올라갔다. 메일함에 들어갈 때마다 얼마나 떨리던지.
그렇게 몇 번이고 식당과 사지방을 오갔고 마침내 결과 메일을 받았다. 장려상. 내 눈이 의심되었다. 아주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되다니.
상금도 무려 200만원이나 되어 기분이 더 좋았다. 장려상 상금이 200만원이나 될 정도의 큰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생겼다. 살면서 그렇게 큰 성취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메일을 확인하고 얼마간 무아지경 상태가 되어 생활관을 소리지르며 뛰어다녔다. 신이 나서 가족은 물론 선임, 동기, 후임에게도 자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주책이었다.
결과 발표가 나고 며칠 후 기대하던 또 다른 메일이 왔는데 바로 작품평이었다. 공모전에 지원할 때부터 기대했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어라, 이게 뭐지?하는 기분으로 시작해서 한 부분 한 부분 따라 읽는 재미를 주는 작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경쾌하게 읽게 만드는 재주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파편적인 재미가 모여 커다란 덩어리로 끌어당기는 힘을 발휘했다면 더욱 좋았을 듯하다. SF라는 장르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다.
- 전자출판대상 심사평
심사평을 보고 어쩌면 나 재능이 있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보면 글 후반부는 재미가 없었다로 읽히는데 당시엔 그런 생각을 1도 안 했다. 한창 꽃밭에 있을 때라 세상이 좋게만 보였나 보다.
얼마 후 시상식이 있어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는데 시상식 장소에 들어가는 순간 스케일이 커서 엄마가 놀라셨다. 엄마는 어디 작은 공모전에서 상을 탔겠거니 생각하셨다고 한다.
이때 엄마가 내게 행복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참 뿌듯했는데 문득 지금 엄마와 내가 같은 기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 또한 하나의 창조일 테니까. 시상식은 엄마에게도 오랜 기간 품어온 자식이 알을 깨고 나온 기념비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때부터 부모의 마음은 곧 창조자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나의 소설에 갖고 있는 것과 같은 부류의 마음.
부모님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걸 느낀 후 나 스스로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기게 됐다. 내 소설이 내게 특별한 작품인 것처럼 나 또한 부모님에게 그럴 테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인식이 내 삶에 주요한 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스스로가 좋은 작품으로 거듭나 나를 창조한 부모님에게 보은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좋은 작품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간 내 언어적 한계로 형용하기 어려웠는데 한 카페에서 내 마음을 명쾌하게 해 주는 문장을 만났다.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힘들었을까.
- 소설 <데미안> 중
좋은 작품으로 산다는 것은 바깥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떠밀려 사는 것이 아닌 내 속에 솟아 나오려는 것에 따라 사는 것이었다.
물론 문장에 나온 것처럼 힘든 일이다. 내 속에서 무엇이 솟아 나오는지 불분명할 때도 있고 분명하더라도 그에 따라 사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고집스럽게 추구하려 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에 마음을 기울이고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며 살 것이다.
그게 나에게는 물론 나의 부모에게도 최고로 근사한 선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