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틸 수 있었던 이유.

by JunWoo Lee

입사 후 첫 사내 평가. 기대를 접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평가 결과 또한 역시나였다. 딱 내가 생각한 등급의 평가를 받았고 그 결과는 다음 해 연봉에 반영되었다. 내 연봉은 동기 중에 가장 낮았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아서일까 좋지 않은 평가에도 담담했다. 누군가는 평가 오픈 전 긴장해서 애플워치에서 심호흡하라는 푸시가 뜰 정도라는데 난 아니었다.


좋지 않은 평가에도 왜 난 무덤덤할까. 답은 금방 나왔다. 난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에 회사에서의 모습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거였다.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은연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조금 못났다고 스스로를 못난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으니까.


여태 남겨 온 결과물을 돌아보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힘들 때마다 성장의 기록을 돌아보며 버텼다.


만약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높은 확률로 회사에서의 내 모습에 휘둘렸을 것이다. 동기와 나를 비교하며 자존감이 떨어져 이른 시기에 퇴사했을 수도 있다.


의도치 않게 사이드 프로젝트 덕분에 삶의 역경을 큰 고생 없이 넘겼다. 이런 걸 얻어걸렸다고 하는 걸까. 스스로 멘탈이 그리 강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데 다행이다.


그 뒤로도 한 해가 지나 사내 평가를 한 번 더 했는데 감사하게도 기대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분이 좋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회사에서의 모습이 내 전부가 아니니까. 나 자신을 온전히 돌아봤을 때에도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면 그때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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