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함께의 균형.

by JunWoo Lee

혼자 만든 결과물이 쌓이다 보니 같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마침 나도 혼자 프로젝트를 하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때라 함께하기로 했다.


좋은 팀원을 만난 덕분에 나의 첫 팀 프로젝트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확실히 혼자하는 것보다 함께하는 게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었다.


성과에서 오는 보람과 재미가 크다 보니 순식간에 팀 프로젝트의 비중이 커졌다. 이런 즐거움을 위해 내가 그동안 혼자 프로젝트를 해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시간이 흐르며 팀 프로젝트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팀원들의 프로젝트에 대한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내 기대와 달리 프로젝트 일정은 자주 지연됐다. 사실 일정 지연은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흔한 일이지만 난 그동안 혼자 프로젝트를 해 왔기에 몰랐다.


처음엔 나만 진심인 건가 하고 속으로 앓기도 했다. 섭섭한 마음을 표현해 볼까 문자를 치다 지운 적도 몇 번 있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입장에서만 팀원을 바라본 거였다. 모두가 나처럼 사이드 프로젝트에 빠져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다들 일과 후의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걸 텐데 그 시간을 당연히 프로젝트에 써 줄 거라 착각했다. 세상에 사이드 프로젝트 말고도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 사실을 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과몰입하는 태도를 고쳐야 하나 생각도 했지만 어려웠다. 사람 마음만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또 없으니.


결국 내게는 열정을 쏟아 부을 또 다른 창구가 필요했고 그건 자연스레 혼자하는 사이드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후 개인 프로젝트의 비중이 다시 늘었다.


그러면서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익숙함에 속아 잊고 있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관심이 생긴 분야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것

디자인, 개발 등 다양한 역할을 해 볼 수 있는 것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것

결과물에 내 자아가 100% 담긴다는 것


팀 프로젝트에선 경험할 수 없는 개인 프로젝트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었다. 팀 프로젝트가 개인 프로젝트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뒤 지금까지 개인과 팀 프로젝트를 병행해 오고 있다. 팀 프로젝트 사이사이에 개인 프로젝트를 끼워 넣는 식이다.


팀 프로젝트 일정이 지연되면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결국 언제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누군가가 봤을 땐 참 피곤하게 산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게는 이게 더 편안한 상태다. 마음속 불꽃을 지필 장작이 언제든 준비된 상태니까.


팀 프로젝트만 하면 필요한 시점에 장작이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가 오면 마음속 불꽃이 시들해져 마음에 어둠이 찾아올 게 분명하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피어나는 조바심과 공허함. 다들 나만큼 프로젝트에 관심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피어나는 섭섭함.


이런 어두운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 만큼 더더욱 마음속 불꽃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장작이 준비된 지금이 편안하고 충만하게 느껴진다.


지금의 난 프로젝트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을 때 전처럼 속앓이하지 않는다.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기다리면 되니까.


장작을 구할 수 있는 내수 시장이 있어 참으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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