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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Woo Lee Mar 16. 2024

입문자

공간 기획 배우기

인스타그램 채널과 웹사이트라는 기반을 만들었으니 이제 쌓아갈 차례였다. 어떤 내용으로 출판전야의 이야기를 쌓으면 될지 고민했다.


제품이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제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다룬 콘텐츠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출판전야라는 숙소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


일단 기본적인 소개와 함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출판전야를 시작했는지 정리하여 게시글을 올렸다. 기획 배경을 알아야 사람들이 뒤에 이어질 흐름도 이해할 테니까.


다음으로는 내가 공간 기획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남기기로 했다. 관련 책을 읽거나 장소를 경험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는 식으로.


책은 실용서보다는 인문서를 많이 읽었다. 공간 기획 이론이나 인테리어, 운영 방식 등은 아직 써먹을 일이 없다 보니 실용서엔 잘 손이 가지 않았다. 초기에 주로 읽은 책은 아래의 부류였다.



건축가/건축주가 공간 관련 생각을 정리한 글

숙소를 지으려면 건축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건축가 혹은 건축주가 어떤 생각을 하고 과정을 거쳐 건물을 짓는지 살폈다.


[주요 책]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에이리가족/네임리스건축, 안그라픽스

집을 쫓는 모험, 정성갑, b.read

어디서 살 것인가, 유현준, 을유문화사

시간을 짓는 공간, 김승회, 북하우스


책방, 서재, 숙소, 작업실의 운영자가 쓴 글

출판전야와 교집합이 있는 장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만의 장소를 꾸리고 있는지 봤다.


[주요 책]

어서오세요 책 읽는 가게입니다, 아쿠쓰 다카시, 앨리스

아무튼 서재, 김윤관, 제철소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남형석, 난다

이토록 작은 세계로도, 김예진, 북다마스


작가가 글쓰기/창작 관련하여 쓴 글

글쓰기를 위한 장소를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작가들에게 관심이 갔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지 참고하고자 했다.


[주요 책]

작가의 방, 알렉스 존슨, 부키

글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이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JOBS NOVELIST, 매거진 B



책 종류별로 이유를 달긴 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였다. 지치지 않고 출판전야를 준비하려면 퇴근 후 지친 상태에서도 손이 갈 정도로 흥미로워야 했다. 책을 읽는 게 출판전야를 준비하는 일 중 가장 쉬운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일마저 어렵게 느껴지면 출판전야는 지속이 불가능해 보였다.


책 다음은 장소였다. 출판전야에서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는 장소에 찾아갔다. 주로 서점, 작업하기 좋은 카페, 숙소를 많이 방문했다. IT 업계에서 레퍼런스 조사를 하는 것처럼 고객 경험이 어떻게 시작되고 마무리되는지, 재방문으로는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폈다.


예약은 어떻게 받는지

방문 당일 찾아가는 길은 어떤지(교통편, 동네 등)

손님맞이는 어떻게 하는지

장소의 기승전결은 어떻게 되는지, 특히 하이라이트는 무엇인지

손님에게 어떤 마지막 인상을 남기는지


공간이라는 매체에서 각 단계별로 어떤 장치를 활용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하는 게 즐거웠다. 출판전야에 적용할 만한 사례가 있는지 초점을 맞춰 봐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이렇게 책과 장소를 통해 배운 것들을 기록하여 출판전야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에 올렸다. 업로드 주기가 잦지는 않았지만 가늘고 긴 형태로 이어졌다. 출판전야를 준비하는 일이 재밌었기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 <인생후르츠>에 나온 말처럼 차근차근 천천히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 출판전야도 결실을 맺지 않을까 생각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인생후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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