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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e Mar 18. 2022

팀장의 감정선

팀장에서 리더가 되기까지 - 가끔은 연기가 필요할 때

대기업 회장 비서실에서 일하는 형과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형, 비서실에서 일하면서 가장 힘든 게 뭐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퇴근하는 거?”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회장님의 감정 기복"


회장의 가장 큰 권한(?)은 앞에 누가 있던 기쁠 때는 세상 누구보다 신날 수 있고, 나쁠 때는 최악의 악마가 될 수 있다. 그 형은 회장의 예상치 못한 감정을 온몸으로 받고 응대해야 했다. 맞춰줘야 했다. 감정의 양 극단은 무한대였다.




회장님까지 안 가더라도 팀장도 감정에 따라 팀을 운영할 때가 있다. 회장님 만큼의 감정 range가 심하지 않겠지만 날씨가 흐려서, 이성 친구와 다퉈서, 사뒀던 주식이 폭락해서 등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짜증 섞인 기분을 내며 출근할 때가 있다. 어쩔 때는 뭐 이리 기분 좋은지 팀원들 일하는 게 방해가 될 정도로 혼자 떠들고 귀찮게 한다.


팀장도 사람인데ㅠㅠ

맞다. 팀장도 사람이다. 기분 좋게 출근했어도 문득 받은 옆 팀장의 빈정 상하는 이메일에 화가 날 수도 있고, 오늘따라 달라진 남자 친구의 카톡 말투에 집중이 안될 수 있다. 감정 기복이 없을 수 없다. 이런 게 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감정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의 감정 기복이 팀까지 전달되는 건 자제해야 한다. 감정 기복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하루 8시간만이라도 연기를 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팀원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리더의 감정은 최상의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데 생각보다 중요하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일을 하던, 하와이 비치에서 일을 하던 예측 가능하지 않은 리더의 감정 기복은 팀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오히려 처음부터 싸가지 없는 팀장이라던가, 맨날 하이퍼인 팀장이 낫다.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 해본 적 없는 분?! 

“지금 결재받아야 하는데 대표님 기분 어떤 거 같아?” "오늘 팀장님 기분 좋은 거 같은데 어제 말 못 했던 그  건을 지금 물어볼까?" 팀원이었을 때, 이런 메시지로 이야기해본 적 있을 거다. 전형적인 예측 불가능한 리더의 예다.


나 역시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이었다. 아침부터 사소한 일로 기분이 안 좋으면 하루 종일 다운될 때도 있었다. 팀원일 때는 이런 감정으로 일해도 크게 문제 되는지 몰랐지만, 팀장이 되면서는 나의 감정 기복이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보였다. 내 눈치를 보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팀장이 되고는 회사 입구에서부터 심호흡과 기분 좋은 생각을 품고 들어갔다. 그런데도 감정이 안 잡힐 때가 있을 거다. 그럴 때는 팀원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팀원들이 나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미안합니다. 얼른 정신 차리겠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잠시 다른 공간에 떨어져 일하길 권한다.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하는가?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보통 정의하는 수평적인 조직의 필요 조건이다. 그러나 빠진 게 있다. 바로 감정의 민주화다. 감정 역시 자유롭고 평등해야 한다. 리더는 자신의 감정을 원하는 대로 표출하고, 팀원은 기분이 좋던 나쁘던 리더의 감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면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팀장도 기분이 안 좋으면 화를 낼 수 있다. 팀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예측 가능해야 하고, 그 배경은 업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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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분 따라 출근하고 퇴근하셨나?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많은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밝은 목소리로 '먼저 갈게'하며 퇴근하고, 내일은 기분이 울적해서 검은 기운을 들고 출근하려고 하시려나? 그런 당신이라면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한다.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성숙함도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가 외롭고 고독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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