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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밀한필체 Dec 04. 2023

겨울이 왔다

시작은 언제나 즐겁지 

무슨 일이든 똑같겠지만, 언제나 맨 처음 일을 벌이는 것이 일을 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살을 에는 칼바람을 맞으며 천변을 달리는 일은 더더욱.

하지만 정작 시작할 적에는 그저 신만 날 뿐이다.


새벽 달리기를 생각한 건 11월이 절반이 넘어갔을 때였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수능시험날, 그다음 날. 날씨는 예상대로 급격히 추워졌고 나는 드디어 달리기 가장 좋을 때가 왔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언뜻 보면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그러던가. 추운 날이야말로 살 빼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고.

사람은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1,500 ~ 1,800Kcal를 기초대사량으로 소모한다. 거기에 겨울에는 체온유지를 위해 몸을 덜덜 떠는 등의 행위 등으로 기초대사량의 약 10퍼센트를 추가로 소모한다고 한다.

나는 올해가 가기 전에 80킬로그램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는 몸무게를 70킬로그램대로 내리고 싶었다. 그 목표를 조금이라도 쉽게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야외 달리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찬바람에 땀이 빨리 식어 체온을 뺏기고, 뺏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내 몸의 에너지를 태운다. 

이 기막힌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은 역시 야외 달리기뿐이었다.

(무엇보다 트레드밀은 지루하다!)

그리고 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루 중 제일 추운 때, 해가 뜨기 직전의 시간.

새벽 어스름에 뛰어야 한다.

어차피 일찍 잠에서 깨 봐야 노트북 펼쳐서 유튜브나 보는 주제에, 이 얼마나 건강하고 충만한 일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다!


그렇게 내 새벽 달리기는 느닷없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첫걸음을 떼는 일은 모든 일의 단계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특히, 살을 찢는 듯한 강바람을 맞으며 천변을 달리는 일은 더더욱.


하지만 난 그저 혼자 신바람을 내면서 달리기 계획을 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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