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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문아 Sep 24. 2023

부끄럽더라도 일단.

뭐가 되든 글을 쓰겠다.

브런치를 버려둔 지 1년이 넘게 지났다.


본업이 바쁘다는 핑계였지만, 사실은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떨어진 것이 나에게는 브런치를 포기하게 된 계기였다. 구독을 눌러주고 가시는 다른 작가분들께는 한 분 한 분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크게 늘지 않는 조회수도 한몫을 하였다. 당연했다, 나의 브런치는 이제야 '작가'라는 세계에 갓 걸음마를 뗀 돌도 지나지 못한 아기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학 때 글쓰기 교양수업으로 에이제로(에이쁠도 아니다.) 한 번 맞았다고 서른 줄 넘어까지 '나 글 좀 쓴다'라고 으스대며 사는 나에게 벌이라도 내리듯, 브런치라는 곳은 늘 볼 때마다 나에게 반성과 겸허함, 놀라움을 주는 곳이었다. 브런치는 글에 대한 열망과 재능이 넘치는 작가들의 양식장 같은 곳이었다. 매일 꾸준히 1일 1글을 하시는 작가분, 늘 다양한 장르의 글을 시도하며 이미 몇 번의 책을 출간한 작가분, '크리에이터'라는 제도가 생긴 이후로 점점 늘어가는 크리에이터 배지들. 그 누구 하나 어떤 글을 발행할 때 가벼이 글을 쓰거나, 흔한 SNS처럼 '누칼협????', '알빠노 ㅋ' 같은 단세포성 글자를 끄적이지 않는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모두가 깊게 생각하고, 길게 토론하려 한다.

(특히, 이번에 크리에이터와 작가 후원 제도를 비판하는 브런치 작가들의 원성이 높았는데, 특정 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대해 그렇게 구체적으로, 그리고 지성이 넘치게 비판하는 곳도 브런치 외에는 드물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런치를 버려둔 상태라 나는 그저 방관했으나, 적어도 그런 피드백들이 브런치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브런치를 보고 있자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글을 읽고 있자면 마음한켠이 계속 무거웠다. 내 글만 보고 있으면 꽤 잘 쓴 것 같고 뿌듯한데,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내 글이 한없이 작아 보이게 느껴졌다. 여러 주제를 찍어먹어 보듯 다양한 글을 써보았지만, 뚝심 있게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늘 흐지부지 끝나는 것 또한 콤플렉스로 작용했다. 1일 1글을 쓰시는 작가들처럼 끈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본업과 운동을 핑계로 은근슬쩍 글을 쓰는 걸 자꾸 회피하는 나 자신이 괜히 밉게 느껴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은 1년 반 동안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과 내 글을 비교하게 되고, 비교하니 점점 더 글을 쓰기 싫어지고, 글을 쓰지 않는 내 모습을 또 다른 (성실한) 작가분들과 비교하게 되고. '내향인'을 위한 글을 쓰겠노라 다짐한 나는 결국 그저 2022년에 머문 작가로 끝나버리게 된 것이었다. 괜히 지인들에게는 핑계 삼아 '브런치가 요새 이상해졌대~"하는 말을 뇌까리면서.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다고 느껴졌다. 지인들에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게 어느 순간부터 부끄럽다고 느껴진 순간, 뭐든 글을 올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세이를 더 이상 쓰기 어렵다면 소설을, 소설도 어렵다면 그저 가벼운 토막글이라도 올려봐야겠다.


나는 애초에 나만 볼 수 있는 글을 끈기 있게 오래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계속 머릿속으로만 구상해 오던 소설을 일단 냅다 여러 플랫폼에 연재 형식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웹소설 시장에서 인기 있다는 주제가 아니라서 큰 인기는 끌지 못할 것이지만, 어느 정도 작가 자신에게 강제성과 의무성을 부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브런치에도 이런저런 글을 다시 올리기 시작하려 한다. 비문이 많고, 주제와 문장이 일목요연하지 않아도 일단 글을 쓰고 올리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도 운동처럼 어떤 근육이 있나 보다. 계속 키워주고 가꿔나가야 글을 쓰는 실력도 쑥쑥 자라는 것 같다.


 이 글이 다시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튼 요지는, 1년 반 만에 돌아왔습니다.

최근에도 종종 글을 읽고 라이킷과 댓글을 달아주시고, 구독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너무 감사하고도 죄송한 마음이 컸습니다.

제 글을 기다리실 정도로 제 글이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혹여나 기다리셨을 분들을 위해 그동안 써왔던 소설을 조금씩 연재하려 합니다.

내향인에 대한 글들도 생각나는 대로 조금씩 다시 쓰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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