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과 옷의 '밀당' 관계

옷장에 맞춰 옷을 버릴까, 옷에 맞춰 옷장을 더 살까, 그것이 문제로다

by 하늘빛

옷은 정리를 한 후에도 계속 신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수시로 정리해야 한다. 잠시 게을러졌을 때쯤 옷장이 넘쳐 감당이 안 되던 때였다. 문득 옷장이 떠올라 중얼거렸다. "옷장에 옷이 안 들어가서 스트레스야."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친구가 답했다. "수납장을 하나 사면 어때?" 갑자기 얼굴이 환해진 나는 '어떤 수납장을 살까?' 신나는 고민을 하다가 또 다른 고민에 봉착했다. "근데 수납장을 사면 어디에 두지?"


옷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한계는 있다. 우리 집 공간을 쾌적하게 쓸 정도의 가구만 두고, 그 가구 안에 옷을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정도. 옷을 수납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장이 꽉 차면, 옷을 넣을 때마다 꾹꾹 눌러 넣어야 해서 정리하기가 싫어지고 옷이 자꾸 다른 곳에 쌓인다. 우리 집 옷장은 옷이 가득 차 새로운 옷 하나가 들어오면 헌 옷 하나를 빼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납의 원칙 70%를 지키려니 너무 어려워서 일단 넣고 빼기가 수월한 정도로만 남기고 나머지는 회색 지대로 옮겼다. 입지 않는 옷이나 오래된 옷을 처분하거나 회색 지대로 옮겨놨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옷장 정리를 시작한다.


기본 원칙을 먼저 한번 살펴보자.

옷장의 크기와 구성에 맞게 옷을 수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긴 옷은 높이가 높은 곳에 걸고, 선반이나 서랍 형태의 공간에는 접을 수 있는 옷이나 소품을 수납한다.

리넨이나 실크 등 구겨지기 쉬운 소재와 모양이 흐트러지면 입기 어려운 모직 코트나 모피 등의 아우터류는 걸어야 한다.

옷장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옷을 최대한 거는 쪽으로 수납하면, 옷 접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비슷한 길이의 옷끼리 걸어 두면 아래 공간을 수납에 활용할 수 있다.

비슷한 색상의 옷을 모아 두면 찾기 쉽고 보기에도 좋다.

속옷이나 부피가 작은 소품은 선반이나 서랍에 수납하면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더 많이 수납할 수 있다.


원칙을 읽다 보면 쉽고 너무 당연한 논리인데 왜 실제로 정리할 때는 기본을 따르기가 쉽지 않은 걸까. 옷장의 구성과 우리 집 옷의 종류가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집 의류 재고 특성에 맞게 옷장을 새로 짜는 게 아니라면, 옷을 정리하다가 어떤 곳은 남고 또 어떤 곳은 모자라기 마련이다. 또 여성 의류는 특히 옷의 형태가 다양해서 수납의 묘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우리 집 옷장을 정확히 알아야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우리 집 옷장 파악하기

우리 집 옷장에는 옷을 거는 공간이 얼마나 되고, 긴 옷을 거는 곳과 짧은 옷을 거는 곳의 공간에는 몇 벌의 옷을 걸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또 선반이나 서랍의 크기와 위치, 수량을 살펴보면서 접는 옷을 수납할 공간의 크기를 확인한다. 거는 봉이 없지만 거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압축봉을 활용할 수 있고, 거는 공간이지만 접어서 수납하고 싶다면 서랍이나 선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한다.


2. 우리 가족 의류 재고 확인하기

먼저 반드시 걸어야 할 옷을 확인한다. 원칙에 따라 구김이 잘 가거나 모양이 흐트러지기 쉬운 옷을 모아본다. 길이가 긴 것과 짧은 것을 분류한 후, 긴 것을 우선 파악한다. 긴 옷을 짧은 옷장에 수납할 수는 없지만 짧은 옷을 긴 옷장에 수납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눈대중으로 길게 걸 수 있는 수납공간의 크기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긴 옷이 전부 들어갈지 판단한다. 다음으로 걸어야 하는 옷 중에 짧은 옷의 분량을 확인한다. 걸어도 되고 접어도 되는 옷은 공간 크기와 사용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옷을 접어서 수납하면 거는 것보다 데드스페이스가 줄기 때문에 더 많이 수납할 수 있다. 다만 옷을 정리할 때 접는 시간이 소요되고 정리가 서툰 사람이라면 서랍이나 수납 바구니가 금세 엉망이 될 수 있다. 접어서 넣으면 옷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접는 옷의 분량을 가늠할 때는 가방과 머플러, 넥타이, 스카프 등 소품, 속옷, 양말 등의 분량도 확인해 둔다. 또 잊지 말아야 할 품목은 이불이다. 부피가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분량을 확인해서 수납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3. 사용자별 공간 구획하기

가족 구성원에 따라 옷장 공간을 구획한다. 의류 종류별로 크게 나누고 그 안에서 사용자로 구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사용자 간 동선이 섞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사용자별로 크게 구분하고 각자의 공간 안에서 옷을 분류하는 법을 선호한다. 우리 집은 침실과 아이 방에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다. 우선 침실의 옷장을 남편 공간과 내 공간으로 나누었다. 아이 옷은 아이 방에 두는데 부피가 작아서 공간이 여유로운 반면, 침실 옷장은 두 명의 옷을 수납하기에 협소했다. 게다가 나는 아우터나 원피스 등 걸어야 할 옷 중에 긴 옷이 많은데 침실의 긴 옷 수납공간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 방 수납공간의 일부를 내 공간으로 할애했다.


4. 옷장 내부 위치에 따른 분류

거는 공간과 접는 공간을 구분했다면, 거는 옷을 먼저 걸고 접는 옷을 수납한다. 옷장 내부 위치에 따라 상부에는 가끔 사용하거나 현 계절에 사용하지 않는 의류나 소품을 수납한다. 중부에는 자주 찾는 옷, 하부에는 계절과 무관하게 꾸준히 사용하는 속옷이나 양말 등을 두면 편리하다. 예를 들어 여름이라면 겨울에 착용하는 니트류나 머플러 등을 상부에 두고, 반팔 티셔츠를 중부에 둔다. 접는 공간이 부족하면 문 안쪽을 활용하는 수납 도구를 활용해 양말, 모자 등의 소품을 수납할 수 있다.


5. 계절별 수납

우리나라는 사계절 기후가 뚜렷해 옷이 두께별, 소재별로 다양하게 필요하다. 계절별로 옷을 리빙박스 등에 넣었다가 꺼내기도 하는데, 그리 추천하는 방법은 아니다.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를 레이어드해서 입을 수도 있고, 봄이나 가을 같은 중간 계절에는 날씨가 갑자기 덥다가 또 갑자기 서늘해지는 등 기후 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면 패딩처럼 접어도 되고 부피가 큰 옷을 잘 접어서 리빙박스에 수납했다가 꺼내입으라는 조언도 보았지만, 막상 패딩 입을 계절이 되어 꺼내서 옷장에 걸려고 하면 걸 공간이 없어 난감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계절의 옷을 모두 옷장에 수납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렇게 하면 계절마다 옷을 교체할 수고도 줄어들어 관리가 간편해진다. 더불어 옷장 공간이 여유롭고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비슷한 계절의 옷을 같은 공간에 모아두면 동선이 짧아져 효율적으로 외출 준비를 할 수 있다. 여름 원피스와 반팔 티셔츠류를 한곳에 모으고, 니트와 아우터류를 다른 쪽에 모아두는 식이다. 계절이 바뀔 때는 옷 커버를 활용하면 계절 옷을 깔끔하게 보관하고 구분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또 상부와 중부에 있는 수납 바구니의 위치를 교체하면 계절마다 바뀌는 사용 빈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편리한 옷장이 된다. 예를 들어 겨울이 되면 상부에 올려뒀던 니트류를 중부로 옮기고 중부에 있던 반팔 티셔츠를 상부로 올리는 것이다. 공간이 아주 부족한 경우에는 계절 옷보다 차라리 이불을 리빙박스에 수납하기를 권장한다. 우리 집도 침대 아래 들어가는 리빙박스를 준비해 이불과 패드, 이불/베개/매트리스 커버 등 침구를 수납했다.


6. 적절한 도구의 활용

좁은 옷장을 최대한 활용하고 옷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수납도구가 있다. 지금까지 얇은 미끄럼 방지 옷걸이, 옷 커버, 수납 바구니, 옷장 문 수납 도구 등 몇 가지를 언급했는데 뒤에서 수납 도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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