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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순례 Oct 08. 2023

튤립과 잡초를 어울리게 하라 ⑥내적 인격을 찾아서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8가지 성장  프로그램, 연재⑥

6. 내적 인격을 찾아서


  사람 나이 40대 후반쯤은 이후 세계관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는 각자의 내면에 있는 다이몬(내면의 신)을 만나야 한다. 40대에 어떤 다이몬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세계관이 바뀐다. 가령 권력의 신을 만나면 그는 권력의 꽁무니를 따라다니거나, 권력을 얻어도 더 큰 권력을 추구하여 마음이 편안한 날이 없을 것이다. 미의 여신을 만나면 그는 외모가 지상과제여서 성형 미인이 될 것이고, 돈의 신을 만나면 그는 돈을 따라다니다가 ‘돈 사람’이 될 것이다. 자기(Self)라는 신을 만나면 성숙한 인간이 될 것이다.


  인생 후반을 어른으로 살려면 각자의 무의식에 있는 외적 인격과는 대비되는 내적 인격을 만나야 한다. 내가 일찍 철든 것은 내적 인격인가, 외적 인격인가? P는 망설임도 없이 그것은 외적 인격이라 했다. 40여 년의 내 삶이 부정당하는 청천벽력 같은 이 말,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P는 그러고 나서야 내적 인격을 추구하는 삶으로 전환된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야? 나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내 성장 프로그램에 따라 잘 나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 남편은? P는 내가 남편의 의존을 받아주지 않아서 남편은 일찍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내적 인격을 만나려면 첫 번째 과제가 각자의 무의식에 진입해 내가 원하지 않는 나, 즉 오랫동안 나 아닌 것으로 외면해 버린 것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남편을 볼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들의 총칭은 ‘어린이성’이다. 삐치고, 흥분하고, 직설적이고, 분위기 잘 타고, 장난 잘하고, 칭찬에 목말라하고, 성장 호르몬의 분비로 몸을 가만히 놔두지 못하는 어린이의 산만한 행동도 내 안의 또 다른 나란 말인가? 이건 말도 안 되지. 내가 증오한 것들이 나라니. 그것들은 내 안에 다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어느 날 샤워를 마친 나는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아직도 내 가슴과 엉덩이 선은 살아있다. 맛집을 탐하지 않는 내 몸매에는 군살이 없다. 내 몸은 아직도 젊다. 그동안 내 삶은 여성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것들을 철들지 않은 여성들의 허풍으로 여겼다. 결혼 이후 전신 거울에 비친 내 알몸을 주의 깊게 보기는, 아마도 그날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나도 여자다. 남자에게 관심을 받고 싶다. 오랜 세월 억압된 낯선 것들, 아직 인격화되지 않은 것들이 내 안에서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그것들은 인정받고 싶고, 분위기 잘 타고,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삐치고 장난도 치고, 애교를 부리고 싶은 것들이었다. 내가 억압한 어린이성과 여성성이 내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남편을 멀리한 이유는, 오랜 세월 철없는 것이라고 억압해 버린 나의 어린 것들을 남편 인격의 전면에서 봤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이것들을 인정한다면, 나는 철이 빨리 든 것이 아니라, 인격의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린 결핍자이다. 남편과의 불화는 남편만이 아니라 나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자랑스럽게 여겨온 나의 어른다움을 부정해야 한다. 그것은 내 존재가 해체되는 매우 충격적인 작업이다.


  그냥 살아온 대로 살아갈 것인가, 중년 이후의 삶을 새로 단장해야 할까? 이전으로 돌아가면 지금과 같은 삶이 계속될 것이다. 황혼이 되어도 지금처럼 산다면, 내가 부정해 내면에 억압한 것들은 방어기제가 허술해진 틈을 타서 집단 항의를 할 것이다. 지나온 삶이 억울해 황혼 우울증에 걸리거나 치매에 빨리 노출될 것이다. P는 치매는 너무 어른으로 살려고 억압한 어린이성의 집단 반발이라고 했다. 그래서 치매에 걸리면 어린이가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성도 잘만 활용하면 내 인격과 개성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삶의 중요한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과 짝을 이루어, 존재의 기반이 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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