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면 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정치와 종교적 성향은 무의식 혹은 무의식의 특성을 따르는 전의식에 강한 흔적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 흔적을 지울만한 강력한 경험이 없으면 그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무의식에 어떤 흔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곧 그다.
이름 석 자를 들면 다 하는 사람이어서 실명은 피하겠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이었지만 직업상 보수이어야 했다. 그는 보수적 정치성향이 있는 단체에 강사로 초빙되어 강의를 하곤 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그는 알았지만 청중들은 몰랐을 것이다.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몸에 맞추려고 어색한 몸짓을 하는 것과 같았다.
2. 억압된 날개는 펼 날이 있다
때가 이르자 그의 무의식에 있던 진보의 날개는 날 곳을 찾았고, 이 강력한 역동은 그의 자아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진보적 성향을 강하게 만천하에 드러냈고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몸을 담고 있던 보수단체와는 결별해야 하는 외로움과 아픔이 있었다. 이런 용기로 자기로서 삶이 시작된다.
나는 언론매체에서 그의 패널토론과 인터뷰를 매우 관심 있게 청취했다. 그에게 정치경력이 쌓이자 그는 진보적인 진보와는 다른 면, 즉 보수적인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려는 입장이 드러났다. 아마도 자신의 전력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소신을 굽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를 보며 통합된 정치인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3.통합, 서로 다른 것을 서로 연결하라
심리학에서 통합integration이란 서로 다른 양극의 존재를 인정함으로 극단으로 가지 않으면서 자기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자칫 옳음과 옳지 않음으로 분열되면 -자주 그렇지만-가상의 우군과 적군이 생겨 투쟁의 전선이 형성된다. 적은 적의 입장에서 옳다기보다는 맞고,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옳다기보다는 맞다. 세상은 늘 이런 식이다. 악이 팽만하면 선이 나오고, 선이 팽만하면 악이 나오게 마련이다. 악은 선을 품고 있고 선은 악을 품는다.
분석심리학자 융은 사람의 내면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서로 다른 양극이 상존한다고 했다. 그리고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은 나에게는 없다고 부정해 버린 정신적 요소들이 자기 안에도 있음을 서서히 인정하고 수용해 가는 부단한 과정이라고 했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무의식이 투사되기 쉬운 공인이다. 특정 정치인이 좋은 이유는 내 안에 있는 그를 좋아하는 것이고, 미운 것은 내 안에 있는 그를 미워하는 것이다. 미워도 아주 미운 것은 그 아주 미운 그가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밖에 있는 줄로 알고 좋아도 하고 미워도 하는 일들은 나를 소외시킨다. 내 안에서 그것들을 인식하면 의식의 지평이 넓어져 세상이 보다 편해진다. 급변하는 외적 환경, 또는 내적 환경의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어떤 면에서는 그의 페르소나(사회적 직책)를 수행하는 것이지 인격 자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의 인격을 실현하는 훌륭한 정치인들도 소수는 있다.
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황교안 대표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면 그는 흥이 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도대체 황교안과 자기 삶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정신 에너지를 저렇게 낭비하고 있을까. 다 듣고 난 후에 그의 감정이 풀림 즈음에 나는 말해 준다. “당신 안에도 황교안이 있는데, 내가 나를 미워해서야 되겠소.” 억압된 감정이 풀린 그는 내 말에 저항하기보다는 황교안 대표의 입장에서는 황교안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그에게도 그가 이해한 황교안은 있고, 그의 황교안은 그의 인격에 통합되기를 원한다.
5.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을 미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그가 이해한 문재인이 있다. 미워해야 자신만 미워하는 것이다. 미워만 할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문재인을 의식화시켜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화살을 겨누는 것과 같다. 결렬하게 미워하는 것은 자기를 격렬하게 미워하는 것이다. 칼 융은 이를 인정하기 가 정말 어렵지만, 이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은 성장한다고 했다.
6. 미워하는 마음을 다루는 방법
미워하는 마음을 다루는 구체적인 방법 하나를 소개하겠다. 미워하는 마음은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일어난 감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밖으로 투사하고 투사된 대상을 미워하는 것에 불과하다. 사람의 의식에는 하루에도 수 없이 많은 서로 다른 감정들이 교차한다. 자아가 이를 일일이 따라가 검열하여 동일시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다. 그러니 신경증에 걸리는 거다.
“아, 내 마음에는 이런 감정이 있구나.” 하고 흐르도록 내벼려 둬라. 흐르는 것은 잠시 왔다가 사라진다.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것에 과하게 집착하니, 그게 무슨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들에 자아의 의지를 결부시키지 말라. 그리고 자아는 그런 감정에 예속되지 않은 상태, 즉 현존現存을 즐겨라. 이 방법이 어렵다는 사람은 필경 해보지 않아서다. 어렵지 않다는 것은 해 본 사람만 안다. 욕심은 내지 말라. 내적 성장에 월반은 없다. 천천히 그리고 하나씩이다. 인생에 힘든 일이 많다는 것은 월반은 아니어도 급성장하려는 것이니 오히려 축복으로 알라.
그것과는 무관하게 정말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고도 하나, 사람은 그 누구를 정말 미워하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은 그 원수가 바로 내 안에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