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지표로서의 우울증
우울증은 성장의 지표이다
인류가 가장 먼저 앓은 마음의 병은 우울증입니다. 우울증은 의식적 차원에서는 삶의 무의미성 때문에 오지만, 무의식에서는 지금보다 더 성장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현실은 의미가 없어지고,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 않고, 해서 오는 마음의 방황기입니다. 우울증은 반드시 메시지가 있습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인구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5.8명으로 OECD회원국 중에 1위입니다. 그리고 자살자의 대부분은 우울증 환자입니다. 한국에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겁니다. 좁은 땅덩어리에서 먹고 살려니 피가 터져서 그렇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내적 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살로 이어진 것은 병리적 우울증에서 건강한 우울증으로 나오는 데에 실패한 겁니다.
우울증은 우울한 정서가 성격의 일부가 된 사람으로부터, 약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정도에 이르기까지, 그 층이 상당히 다양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은 성장과 변화의 전환기에 꼭 찾아옵니다. 역으로 지금 이대로가 마냥 좋은 사람들에게는 우울증이 오지 않습니다. 그는 현세적 욕망에만 충실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날 겁니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세상이 너무 행복해서 우울증을 모르고 사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장하지 않습니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은 정신치료는 건강한 우울증, 즉 자아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우울증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우울해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생기고, 안을 들여다보기에 자기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건강한 우울증이란 우울하다가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거기서 빠져나와 현실을 살아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깊고 다양한 우울증의 층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받거나 무관심을 당하거나 죄책감에 빠져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생긴 우울함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울함은 인격의 일부가 되어 예술적 능력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우울함과 싸우면서 위대한 소설을 썼고, 나중에는 방랑생활을 하며 자신의 사상을 완성시켜 나갔습니다. 고흐 역시 정신분열증으로 까지 확대된 우울증과 싸우면서 위대한 예술품을 창조했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정신병 수준의 우울증에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갑자기 학교를 자퇴하거나 직장을 사직하기도 합니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조울증 혹은 정신분열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부터 그 아픔은 가족들도 함께 공유합니다. 이런 일은 정말 고통스럽고 당사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원망만 하고 있으면 얻어질 것이 없습니다.
영적인 차원에서, 가족들에게 주는 성장의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문제가 많아서 희생양을 점지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아픔을 통해야 하는 보다 크신 분의 뜻이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점이 많아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은 많이 성장해 있게 됩니다.
둘째, 원인이 분명한 우울증이 있습니다. 직업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다던가, 해결하지 못한 분노나 불안이 누적되었다던가, 자아가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위기를 경험했다던가.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에 빠지면서 우울해 집니다.
평소에 자신을 너무 억압하지 말아야 합니다. 살다보니 억압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자신만의 풀 방안도 있어야 합니다. 이 분들은 좀 더 많이 표현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배짱도 필요합니다. 될 대로 되라, 한다고 될 대로 되는 일을 없습니다. 나 하나 참고 억압한다고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출구를 찾지 못하면 자살충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셋째, 생애 중요한 전환기에 성장 통으로 나타나는 우울함입니다. 성장은 익숙한 세상에서 나와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에 있기는 원하고, 새로운 것은 아직 오지를 않았습니다. 이 혼란기에 짜증, 화, 죄책감, 후회감 등 불쾌한 감정이 생깁니다. 성장기의 진통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믿고 바라고 견뎌내는 것이 최고의 치유책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많이 성장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만3세, 사춘기, 중년기, 노년초기가 여기에 속하고, 각 시기에 대한 자세한 강의는 후에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제 강의를 들으시면서 우울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눈치 채셨나요. 한 문장으로 정리 할까요. “성장하는 모든 유기체는 우울한 과정을 거칩니다.” 때때로 우울하기 때문에 정신 에너지의 낙차와 변화가 오고, 창의성과 성장도 옵니다. 우울은 각자의 자아와는 상관없이 선물로 받은 성장의 지표입니다. 이런 원리에 입각해서 우울증에 대한 두 가지 대처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첫째, 우울해지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우울을 없는 것으로 하지 말고, 캔디로 도망가지 말고, 취미나 오락으로 위로하지도 말고, 신앙의 밝음 면으로만 바꾸지도 마세요. 우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합니다. 우울은 당신이 우울해지기를 원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자꾸 원인분석을 하는데, 전문가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면,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여진 우울함은 더 이상 우울함이 아닙니다. 우울함이 지나간 자리는 깊은 고요와 평화입니다. 거부하면 우울의 에너지와 거부의 에너지가 서로 마찰을 일으켜 더 깊은 무기력에 빠집니다.
둘째, 내가 잘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세요. 그것을 하세요. 어떤 사람은 자기는 좋아하는 것도 잘 하는 것도 없다고 하는데, 찾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찾아보면 누구나 다 있습니다. 그것을 해 보세요. 하다보면 그것에 빠질 겁니다. 어떤 사람은 멍 때리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그럼 멍이라도 때리라고 했습니다. 정신분열증환자인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서 멍 때리고 누워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아니면 북한산이라도 열심히 올라야 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우울증에 불면이 와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잠든 처자식을 보고 이대로 죽을 수가 없어서 북한산만 주구장창 올랐다 합니다. 몸이 피곤하니 잠이 잘 왔고, 정신이 맑아져 갑자기 사업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해 있습니다.
셋째, 영성적 관점입니다. 본래 사람은 빛이고 가장 지고한 평화 안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자아는 외부 세계의 현상과 자극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불안과 두려움에 빠짐니다. 이것은 사람이 가져야 할 본래의 모습이 아닙니다. 꾸준한 명상과 영성서적의 탐독으로 우울증의 힘보다 더 큰 힘을 내 것으로 할 수 있습니다. 명상방법과 서적을 각자의 방법을 존중하시면 됩니다.
물론 전문가적 치료 혹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우울증도 있습니다. 우울의 전환기를 잘 이겨낸 사람들은 각자가 되고자 하는 것에 도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