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인생도 음식 먹기

by 마음순례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하는 질문에 나는 거의 항상 망설인다. 이거다, 하고 말할만한 음식이 없다. 먹는 것을 돈에 맞추지 입맛에 맞추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렇고,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나의 잡식성을 외계인 보듯 하는 딸이 한 말이다. “아빠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 음식이야.”


나는 잠깐 생각하는 척하고는 “다 잘 먹어요. 닭발만 빼고는”한다. 닭발에 콜라겐이 많아 피부가 좋아진다는데, 나는 닭발을 입에 넣으면 억울하게 죽은 닭이 닭발로 부활하여 내 몸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못 먹는다. 그 외는 정말 특별히 가리는 음식이 없다.


정기적으로 모이는 영화후기 나눔을 마치고, 연말 기분을 내자고 우리는 샐러드 바salad bar 로 갔다. 나는 두 차래 가져온 간장게장을 우두둑 소리를 내며 맛나게 씹고 있었다. 이거 비싸서 잘 못 먹는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아들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아내가 가끔 사오는 별식이다.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분이 물었다. “교수님은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세요.”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말했다. “간장게장.” 간장게장을 먹고 있는 지금은 간장게장이 세상에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고 오늘 점심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맛있다고 했다.


지금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고 있으면서 오리훈제를 좋아해요, 한다면 나는 지금 먹는 것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거다. 지금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맛있는 음식 먹기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습성이 생기면 오리훈제를 먹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더 맛있게 먹을 다른 음식을 생각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마른 밥알이 묻는 양푼을 가지고 동네를 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가 항상 있었다. 거지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는 않지만, 편의상 쓰기로 한다. 그들이 동냥으로 받는 것은 주로 찬밥과 김치이다. 그들이 인적이 드문 구석진 곳으로 가서 동냥한 밥을 먹는 모습을 우연히 본 일이 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 양푼에 생선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그 때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맛있게 먹는 거구나.” 나는 반찬 투정이 아예 없는 사람이다. 맛이 없으면 안 먹지만, 먹으면 뭐든 맛있게 먹는다. 요즘 내가 깨달은 것은 인생은 음식 먹기와 다를 바 없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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