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거리, 더 높은 곳을 오르라

걱정을 걱정하지 않는 법

by 마음순례

두려움은 두려움이 알아서 한다

인간이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높이는 십 미터다. 그런 이유로 암벽등반 연습의 최적 높이도 십 미터다. 십 미터의 암벽에 오른 클라이머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니 어릴 적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가 올라와 현기증이 났다. 그는 더 오를 수 없었다. 딱 십 미터까지였다. 그는 십 미터 높이에서 두렵지 않게 하는 연습을 했다. 그래야 더 높이 오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허사였다. 먼저 십 미터 높이에 적응하려는 순간 적응은 안 되고, 나는 더 오를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인생의 오르막길에서 포기하고 다시 내려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십 미터의 높이에 도전하라. 십 미터의 두려움은 그대로 놔두라. 두려움은 두려움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라. 그리고 이십 미터를 향해 올라 가라. 당신의 시선은 위로 향할 것이다. 상향된 목표가 있어 아래를 내려다볼 필요가 없어졌다. 이십 미터 오르는 연습을 하니 십 미터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한곳에 머물러 적응하려니, 아래를 보니 떨어질까 봐 두렵고 위를 보니 너무 험해서 두렵다. 두려움은 이렇게 생각이 만든다.


모든 걱정거리는 하나로 집약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걱정거리 없이 살 수 있을까?” 인생은 걱정거리와 함께 한 단계씩 위로 오르는 것인데. 나는 걱정거리 없이 행복하다는 분들도 만나봤다. 걱정거리가 많은 사람은 그들을 부러워 한다. 나만 걱정거리를 지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걱정거리가 없다는 그들은 대체로 주어진 것에 안주하여 오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설악산 설악동에서 출발해 대청봉을 향해 오르다가, 선녀도 쉬었다 갔다는 절경 비선대에서 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경험은 확장될 수 없다. 정말 걱정거리가 없다는 사람에게 농담으로 말한 적이 있다. “당신은 걱정거리가 없는 것이 걱정입니다.” 걱정거리를 찾은 그는 걱정거리를 능가하는 곳으로 오를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걱정거리는 하나 더 오르라는 이정표

정신 에너지가 걱정거리에 모이면 불안해진다. 불안의 자구책은 집착이다. 집착해서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집착이 불안을 벗어나지 못 하게 한다. 이처럼 불안과 집착은 한 짝이 되어 돌고 돈다. 이 이치를 깨닫고 마음을 비우는 작업이 명상이다. 그래서 얻은 마음의 상태를 해탈이라 한다. 해탈은 불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는 불안이 문제가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불안을 다루는 최고의 기술은 불안은 불안에 맡기고, 자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오르는 거다. 불교의 수행 신조인 “아제 아제 바라아제”는 “가자, 가자, 더 높은 곳으로”라는 뜻이다.


“하나의 걱정거리는 하나 더 오르라는 삶의 이정표이다.” 암벽 등산가는 십 미터의 두려움을 이십 미터에 도전함으로 없앤다고 했다. 걱정거리가 올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려니 일생을 걱정거리와 싸우다가 만다. 하나의 걱정거리가 당신을 방문했다면, 그것을 능가할 내적 목표를 향해 오르라.


자식이 부모의 뜻과는 반대로 나가 걱정거리가 태산인 사람이 있었다. 어느 자식이 부모의 뜻대로 사는가? 그것은 최고의 불효이다. 내가 말했다. “자식은 자식의 인생을 사는데 부모는 부모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군요.” 그는 내 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나 집에 돌아가서는 내 말을 계속 곱씹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식 걱정과는 무관하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찾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신에너지가 자식으로부터 자신에게 전이되면서 신기하게 걱정은 줄어들었다고 매우 기뻐했다.


심리상담 이론 중에 인지행동 심리학은 그 기초가 동물을 실험하여 아이디어를 얻은 치료 이론으로, 하나의 문제에 대한 대응법을 제시한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면 고맙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내담자는 대응법을 알면서 실천하지 못함으로 걱정거리는 더 늘어난다.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심리학이 인간중심 심리학이다. 인간중심 심리학은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대응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내담자가 가진 잠재력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마음의 깊이에 내려가는 것을 돕는다. 인간의 잠재력은 다른 모든 문제에 대응하는 내적 힘이다. 등산 초입에는 각종 날벌레가 눈앞에 아른거려 진로를 방해한다. 만일 당신이 날벌레와 일일이 싸운다면 해가 지고 말 것이다. 그래도 계속 올라 높은 곳에 이르면 벌레는 따라오지 못한다.



외적인 것을 자유롭게 하는 내적 가치

도전할 내적 목표는 시기적절하게 찾아온다. 우울을 사교로 대체하려 했다면, 대체할 수 없는 때가 온다. 애정결핍을 타인의 관심으로 보충받으려 했다면, 보충받을 수 없는 때가 온다. 수다로 내적 공허를 대체하려 했다면, 수다는 단지 피곤한 일일 때가 반드시 온다. 익숙한 것이 더는 자신을 보상해 줄 수 없는 시기가 바로 내적 목표를 갱신해야 할 때이다.


자정이 넘어서 퇴근하고 새벽에 출근하고, 주말이면 종일 잠만 자는 남편을 더는 이해할 수 없다고 스스로 불행해진 부인이 있었다. 남편의 태도를 바꾸려는 부인의 시도는 다 수포가 되었다. 부인은 결혼 이후에 중단한 바이올린을 다시 켜기 시작했다. 그녀는 바이올린 연주로 자신의 감정을 새롭게 만났다. 늘 피곤한 남편에게 애정을 구걸하지 않아도 됐다. 스스로 애정을 보충한 후에야 남편을 남편으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은 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기 전에 사랑 공부를 먼저 해라. 그는 사랑 자체가 아닌, 자신이 규정한 사랑에만 실패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별로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은 죽음 공부를 해라. 죽음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구차한 인정에 집착하지 않게 한다. 실직한 사람은 지금 실직은 인생의 전체가 아닌 부분이라는 것과, 자신 안에 이미 그것을 이겨낼 힘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해라. 그러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다. 사람은 오를 곳이 있는 한, 절망은 없다.



마음순례 박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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