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의 색다른 맛

딘타이펑 말고 우리가 먹은 수많은 것들

by 본격감성허세남

대만에 몇 번씩이나 가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먹거리다. 가깝고 부담이 없기도 하지만 비슷한 일본에 비해 대만을 훨씬 더 많이 가는 이유가 '맛있어서'다. 그리고 그 기대는 이번에도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맛있는 것이 참 많은 곳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에 가면 가는 곳들은 보통 몇 곳으로 압축된다. 딘타이펑, 마라 훠궈, 최근에 키키 레스토랑 정도? 딘타이펑은 물론 맛있다. 서비스도 완벽하고, 모든 것들이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음식을 즐기기에 딱이다. 하지만 대만에는 딘타이펑을 비롯한 대만 요리들 이외에 맛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 언젠가부터 어디를 가면 그곳의 토속 음식보다는 종류 상관없이 맛있는 것을 더 중요시하게 됐다. 가까운 제주도에 가도 이탈리아 피자나 일본식 돈까스가 얼마나 맛있는지. 이번 대만 여행에서도 기존에 가보지 못한 새로운 곳들에 많이 가봤고 만족스러웠다. 몇몇 곳들에 대한 글을 남겨놓으려 한다. 여행 내내 아직까지는 밥만 주로 먹는 수인이에게 미안할 따름이었다.


1. 일본식 돈까스


대만은 일본의 영향이 굉장히 강한 곳이라 일본 요릿집도 굉장히 많다. 이번에 갔던 곳은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에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서 기다리느니 다른 곳을 가자 하고 주변을 찾다가 발견한 곳. 공관역 근처에 있는 괜찮아 보이는 일식집이었고, 주력 메뉴가 돈까스인 걸로 보여서 우리 역시 돈까스를 주문했다. 구글맵에서 찾아본 평도 상당히 괜찮았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돈까스와 카레돈까스 등장! 일단 비주얼이 굉장히 좋았다. 돼지비계를 다 발라내고 돈까스를 만드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의 돈까스는 그냥 고기를 잘라서 바로 튀긴 듯 끝부분에는 살짝 비계도 남아있었다. 고기의 두께도 마음에 들고, 바삭바삭한 튀김도 마음에 들고, 함께 나오는 밥도 고슬고슬해서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카레 역시 일본 카레 특유의 매력이 잘 살아있어서 좋았다. 이 정도 퀄리티의 돈까스집은 흔하지 않다. 공관역 근처에 또 간다면(아마도 천산딩 때문에 또 가겠지만) 그때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Sekijin Japanese Pork Ch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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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식 요리


대만에서의 첫째 날 저녁, 어딘가로 찾아가서 밥을 먹기엔 살짝 늦은 시각이라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하고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채식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크지 않은 규모에 딱 봐도 관광객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일단 들어가서 앉았는데 메뉴 및 기타 등등 어디에도 영어조차 없었다. 나는 안 되는 중국어와 씨름하며 열심히 구글 번역 앱을 켜서 읽고 있고, 당황한 점원은 라인 앱을 켠 다음에 그 앱의 번역 기능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할 말을 전하곤 했다. 라인 앱의 중국어 -> 한국어 번역 기능은 형편없다. 하긴 한국어 번역이 형편없는 건 중국어 뿐이 아니다. 친절한 점원이었지만 크게 도움은 안 돼서 어떻게 어떻게 대충 주문을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채식답게 고기는 하나도 없고, 몸에 좋을 것 같은 재료들이 가득했다. 먹어본 순간 흠칫 놀랐다. 생각보다도 훨씬 괜찮은 맛이었다. 채식을 원래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도, 설사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도 만족스러울 것 같은 그런 밥이었다. 특히 두부와 콩고기가 일품이었다. 가격도 5천 원 정도로 저렴하기에 더욱 부담이 없었던 곳. 채식답게 먹은 후에 내 몸 역시 확실히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후에 떠나기 전까지 몇 번이나 더 방문했다. 나중에는 점원이 우리를 알아보고 반길 정도였다. 가서 먹기도 했고, 수인이를 위해 밥만 테이크아웃해서 가져가기도 했다. 검증된 맛있는 이 곳 덕분에 대만 여행이 조금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대만 요리들은 대부분 고기류이기 때문에 가끔씩 이런 채식 레스토랑을 이용해 보는 것도 강력 추천.


食在地 台灣素 食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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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도 카레


타이페이에 와서 인도 카레라니. 그렇지만 <Trip Advisor>의 타이페이 음식점 순위에서 최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이 궁금했다. 수인이가 자는 틈을 타서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완전 애매한 시간에 가서 그런지 사람 하나도 없이 편하게 주문하고 먹을 수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건 난과 소고기 카레와 탄두리 치킨. 탄두리 치킨이 신기하게도 뼈가 없는 것도 있었다. 순살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딱 맞는 그런 음식. 주문하면 먼저 난 튀김 같은 것이 애피타이저로 나온다. 상큼한 소스에 찍어서 먹으면 비로소 본 음식이 나오는데 향신료도 충분하고 매우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인도 카레에는 역시 향신료가 좀 들어가야 제맛이다. 탄두리 치킨과 난 역시 수준급.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곳이다. 아마도 여유 있는 시간에 가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우리 딸은 언제쯤 카레를 함께 먹을 수 있을까?


Mayur Indian Kitchen (MI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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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대적인 감성이 더해진 대만 요리


딘타이펑이나 가오지, 뎬수이러우 등 가봤던 대만 요리 집들이 딤섬이나 흔히 알려진 면/밥 등을 내놓는다면 우리가 이번에 처음으로 가 본 이곳은 대만 요리를 약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내놓는 집이었다. 여전히 밥, 면 등을 베이스로 하되 플레이팅에도 신경 쓰고, 요리의 모습에도 훨씬 신경 쓰는 좀 더 젊은 느낌이랄까. 일부러 찾아서 가봤던 곳인데 이번 대만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욕심을 부려서 조금 많이 주문했다. 애피타이저로 시킨 두부 튀김 요리는 매우 상큼하면서 부드러워서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고, 피라미드 형태로 나온 볶음밥은 불맛과 고슬고슬함이 살아있는 잘 만든 볶음밥이었다. 매콤한 볶음 국수는 나름 화끈하면서 재료가 풍부해서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입을 달래주었고, 디저트로 시킨 고슴도치는 차마 예뻐서 먹기 힘들 정도. 일종의 딤섬 같은 건데 저런 예쁜 디저트들이 참 많아서 무얼 시켜볼까 고르고 고르다가 저거 하나를 골랐는데 맛으로도 훌륭했다.


레스토랑의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꽤 고급스럽고, 우리 딸을 위한 아기 의자도 상당히 좋아서 더 좋았고, 점원들 역시 매우 친절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쏘냐. 주위를 둘러보니 소개팅이나 교수님과 제자로 보이는 관계 등 현지인들의 격식있는 모임 장소로도 많이 활용되는 모양이었다. 만약 대만에 다음에 다시 온다면 반드시 꼭 다시 갈 곳이다.


叁和院 台灣風格飲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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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펑리수


대만의 대표 디저트는 역시 펑리수다. 펑리수는 여러개를 먹어야 제 맛. <Shun Chen Bakery>의 펑리수는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상당히 괜찮았다. 특히 이름에 Champion이 붙는 펑리수는 가격은 좀 더 비싸지만 파인애플 함량도 훨씬 많고 해서 굉장히 맛있었다. 어떤 브랜드를 가든 챔피언이 붙은 것이 있다면 강력 추천.


그렇지만 역시 나에게 최고의 펑리수는 <수신방>의 펑리수다. 치아더, 신동양, 썬메리 등등 대만에 갈 때마다 늘 몇 곳씩 돌면서 펑리수를 사 먹는데 역시 변함없이 최고는 수신방이다.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버터 풍미 나는 과자와 어우러지는 향긋하고 달콤한 파인애플의 조합은 늘 그리워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맛이다. 우리나라에도 펑리수 맛있게 하는 곳 있었으면 좋겠다.


手信坊創意和果子專賣店 忠孝旗艦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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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른 디저트들


대만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역시 디저트. 펑리수 말고도 망고빙수, 누가 크래커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유명하고 유명세만큼 맛있기도 하다. 특히 <이지셩(一之軒) 베이커리>에서 사 먹은 누가 크래커는 확실히 격이 다른 맛이었다. 단짠이 절묘하게 조합된 맛이랄까. 많이 사 오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 외에 길에서 발견하고 우연히 사 먹었던 버블 와플도 많이 달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디저트만 먹고 다녀도 시간이 금방 가버리니, 참 행복한 곳이다.


一之軒 微風台北車站店(台北火車站2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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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쭈나이차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타이페이에도 수없이 많은 전쭈나이차(혹은 버블티) 집들이 있지만 <천산딩>은 압도적이다. 가격이 조금 올랐지만 그래도 1500원 정도라 저렴하고, 맛은 다른 곳들과 레벨이 다른 수준. 오전 10시 오픈인데 오픈 때부터 이미 현지인/관광객 할 거 없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공관역 근처라 관광지로 특별히 유명한 곳도 아닌데 늘 사람이 많다. 특별히 무언가를 많이 넣는 것도 아니다. 가서 보면 타피오카를 직접 졸이고 있고, 그것을 컵에 담은 뒤 흰 우유를 바로 부어서 줄 뿐이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맛이 난다. 타피오카 졸이기에 비법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 배운다면 우리나라에도 지점을 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숙소에서 공관역의 거리가 꽤 되기에 이번에는 한 번밖에 못 사 먹은 것이 아쉽다. 대만을 떠올리면 늘 그리운 맛, 앞으로 더욱 그리울 맛이다.


Chen San Ding Bubble T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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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지막으로 차 (특히 우롱차 계열)


세계 어디를 가나 커피가 맛있는 곳은 많다. 그렇지만 차가 맛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거기에 저렴하기까지 한 곳은 더욱 희귀하다. 대만은 차로 매우 유명한 곳이고, 거리에도 저렴한 테이크아웃 차 전문점들이 엄청 많다. 우롱차가 유명한 만큼 우롱차, 동방미인차, 철관음 등 우롱 계열의 차들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새로 발견한 <Fong Cha>를 비롯해 <왕덕전> 등 여러 곳들의 우롱차들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비록 수인이와 함께 하기에 예전처럼 찻집에 들어가서 여유롭게 차를 즐기거나 하지는 못했다. 내가 차를 고르는 동안 수인이와 엄마는 밖에서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타기도 했고, 다른 곳에 가서는 테이크아웃해서 숙소로 가져가서 마시기도 했다. 맛은 여전히 훌륭했다. 좋은 차를 마시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조금 많이 사 올 것을 살짝 후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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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참 많이도 먹었다. 이제 다이어트에 신경 써야 할 때. 아빠 엄마의 식탐에 수인이가 아직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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