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다 보면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이건 꼭 바쁘냐 그렇지 않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바쁨과 상관없이 회사 일 말고는 다른 것에 집중을 돌릴 여유가 아무래도 부족해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1주일이, 1달이 훌쩍 지나가 있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주말, 병원에 다녀오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거리엔 은행잎이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가을도 어느새 끝나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달력을 헤아려보니 2022년도 이제 49일밖에 안 남았더라.
Time flies, doesn't it?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봤던 저 문장은 정말 다시 봐도 명문이다.
하루는 짧지만 1주일은 길고, 한 달은 길지만 1년은 짧다. 묘하게도 그렇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벌써 1년이 끝나가는구나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하고 생각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반복된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인생은 훅 가있다. 그동안 한 것이 없냐 하면 또 그런 건 아닌데 동시에 왜 이리 허무하게 시간이 빨리 가버린 건지. 나는 왜 이렇게 시간을 헛되게 보낸 건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도 굳이 시간을 그렇게 꼭 가치 있게 보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기도 한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이래저래 번뇌가 많아진다.
가끔은 불안정하고 흔들리던, 많은 순간이 여러 의미로 역동적이었던 20대 초반이 그립긴 하다. 굳이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도...
그대를 보았습니다.
노오란 가을빛으로 물든 거리를
외로이 걸어가는 그대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내 마음 속 황량한 길을 쓸쓸히 걸어가는 나를,
그대를 바라보는 나를 그대는 모르십니다.
(중략)
오늘도...
그대를 보았습니다.
그대를 바라보다가
긴긴 시간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사랑이 올까요.
용기없이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에게.
오늘처럼 은행잎을 바라보다가 이런 시를 쓰던 나는 이제 없다.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정말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것들에 무덤덤해지는 건 사실이니 그래서 40을 불혹(不惑)의 나이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