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진 Jul 11. 2022

시리아에 오니 아침형 인간이 됐다

24시간 걸려 도착한 시리아 홈스

앗 자리가…


두바이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을 탔을 때 정해진 좌석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에미레이트항공의 좌석은 3-4-3 배치였는데 가운데 4명이 앉는 자리의 안쪽 자리였던 것이다. 그 말인즉슨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옆에 사람이 자고 있으면 이동하기가 참 애매하다는 것이다. 좌우에 승객이 타고 있으니 몸도 불편하다. 이런 경험 다들 해봤을 것이다. 인천으로 돌아올 때도 같았고, 그 뒤로 난 무조건 통로석을 앉으려는 것이 습관처럼 됐다.


전북현대모터스의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취재하기 위한 시리아 홈스까지의 긴 이동이 시작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을 타고 두바이에 도착한 뒤 마주한 것은 무려 9시간(!)의 대기였다. 두바이에 도착한 뒤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가는 에미레이트항공을 타려면 9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너무 긴 대기시간이라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공항 근처 호텔에서 잠시 쉴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인원에 맞게 방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서 2~3명이 한 방을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가 들어간 방은 나를 포함해 3명이 묵었는데 다른 2명이 침대를 같이 썼고, 난 쇼파에 누워 잠시 수면을 취했다. 그리고 다마스쿠스로 가는 비행기 탑승 두어 시간 전에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대기를 했고, 최강희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을 만나 같이 다마스쿠스로 향했다.


인천-두바이 노선에는 에미레이트항공의 한국인 승무원들이 다수 탑승했다. 그래서 난 ‘한국 노선이라 한국 승무원이 많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다마스쿠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한국어로 내게 말을 했다. 잠시 졸고 있었는데 이 승무원이 “손님 식사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 말에 눈에 번뜩 뜨였다. 중동 지역 노선인데 한국어를 하는 승무원이 있었으니 말이다. 갸우뚱거리는 나를 본 일행이 “한국인 승무원이 한 명 있더라”라고 귀띔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노선에 상관없이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고 하더라)


영문도 모른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3시간 정도를 비행한 뒤 다마스쿠스에 도착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차량으로 다시 2시간을 이동해야 홈스에 도착한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한 뒤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입국심사장에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 붙잡아 두고 있었다. 다마스쿠스공항은 짐을 찾는 곳 옆에 입국심사장이 있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모두들 각자 짐을 손에 쥔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었다. 


그런데 2시간 정도 지났을까? 공항 직원들이 손짓을 하며 나가라고 했다. 모두 멀뚱히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여권에는 공항 도착 스탬프를 찍지도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입국심사장의 직위가 높아 보이는 직원이 돈을 요구했다더라. 그래서 얼마의 달러를 쥐여주니 입국심사도 하지 않고 모두 나가게 했다. 


홈스에 위치한 사피르 호텔. 5성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을 나왔고, 홈스로 이동해 숙소인 사피르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선수단과 같은 호텔에 묵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홈스에 있는 유일한 호텔이었다. (지금도 유일한지는 모르겠다) 호텔에 있는 시계를 보니 저녁 7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대충 따져보니 인천공항에서 족히 24시간은 걸려 홈스에 도착했다. 여독에 풀리지 않은 상태였지만 도착하자마자 최강희 감독과 염기훈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렇게 홈스에서의 첫날이 끝났다.



기사를 한국에 보내는데 참 힘들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외국에 나가면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당시 묵었던 호텔에서 방에 인터넷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1층 비즈니스룸에 있는 컴퓨터에서 랜선을 뽑아 내 노트북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했다. 


호텔 내부에 설치되어있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배너


헌데 그 속도가 극악이었다. 한국의 인터넷 페이지 하나 여는데도 몇 분 씩 걸렸다. 결국 회사의 기사작성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은 포기하고 글과 사진을 회사 동료에게 메일로 보내기로 했다. 글과 사진 몇 장 첨부해서 보내는데도 수십 분이 걸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비즈니스룸에서 기사를 보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긴 시간을 들여 홈스에 왔는데 돌아갈 때까지 아침형 인간이 되기도 했다. 항상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눈이 떴다. 시차 적응이 안 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랍 국가들은 하루에 몇 차례 씩 이슬람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런데 일출 시간에 맞춰 기도 소리가 퍼지기에 그 소리에 자연히 눈이 떠지는 것이다. 단잠을 깨우니 짜증이 났지만, 그만큼 하루를 길게 쓸 수 있고 그 덕에 호텔 주위를 아침마다 산책하며 출장 속에서 여유를 찾기도 했다.


호텔 앞 거리는 산책하기 매우 좋았다


이전 16화 당신의 첫 외국은 어느 나라였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