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큼은 아직 다 낫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눈을 번쩍 떴다. 아주 오랜만에 꾼 악몽이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장난꾸러기 작은 마녀가 나한테 장난을 자꾸 걸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던 내가 그에게 조금 짜증을 냈더니, 이내 씩 웃으며 내 목 가운데에 짧은 플라스틱 빨대 같은 관을 꽂았다.
목으로 무언가 쑥 들어오는 느낌에 깜짝 놀랐다. 다행히 숨 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그 이질감이 몹시 불편했다. 나는 당장 이 관을 빼라고, 이상한 장난은 그만하라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하지만 마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으며 내 주위를 빙빙 돌며 날아다녔다. 마녀의 웃음소리가 거슬린 나는 몹시 약이 올랐다. 그리고 목에 꽂혀있는 관이 참을 수 없이 불편했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울부짖으며 마녀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울고, 또 울고, 소리를 지를수록 플라스틱 관은 더욱 불편해졌고, 점점 숨을 쉬기도 힘들어졌다. 나는 울다 지치면 조금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 힘을 모았다. 그리고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고통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아 불안하고 무서웠다.
잠에서 깨고 나니, 꿈속의 플라스틱 관은 바로 내 손가락인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손가락으로 내 목 한가운데를 누르고 있는 자세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문득 꿈속에서 울부짖던 기분과 불편한 이물감 같은 느낌이 바로 6개월 전 중환자실에서 겪었던 괴로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이후 처음으로 다시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이제 일상생활도 모두 가능하고,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지내고 있고, 회사도 쉬면서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는데. 이제는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런 꿈을 꾼 걸까?
나만 아는 괴로움이 내 마음속 상처가 된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상처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음만큼은 아직 다 나은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날 2주 동안 내 몸 안에 가두고, 3개월 동안 우리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바로 그 병의 이름은 '자가면역뇌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