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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Jan 09. 2023

타인의 거울

반디울의 그림에세이 06.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얼굴을 왜곡되지 않게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대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늘 자신의 모습을 투영 된 사물이나 사람에게 비추어 확인할 방법밖에 없단 뜻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솜털 하나하나 버릇 하나까지도 보고 느낄 수 있지만 내 행동 내 얼굴은 늘 무언가를 통해 확인해야 하니, 이래서 나 자신을 알기가 제일 힘든 것인지...

    

가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낯설 때가 있다. 이렇게 생긴 사람이 나라고? 하는 생경한 느낌이 문뜩 스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노화하는 과정부터, 그때그때의 상태와 마음의 변화까지 어쩌면 한날도 똑같은 날이 없는 것이 사람의 얼굴일 것이다.          

10년 전 서울의 한복판에서 서 있던 나.....     

어릴 적 친구 집에서 친구와 같이 노래를 부르던 내 모습......     

바로 어제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던 내가 분명 같은 한 사람인데,     

나를 보고 느낀 사람들의 이미지는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었을 터.  

        

타인에게 투영된 나란 존재에 대해 확인하려는 습관은 가장 관심 있는 자신에 대한 탐구이자, 설계이자, 확신을 세우기 위한 점검이란 생각이다.  타인은 그렇게 서로를 비추는 대상. 살아있는 서로의 거울인 듯하다.  그렇게 서로를 반영하는 거울인 우리는 상대가 믿어도 될 만큼 정확한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걸까?          


타인의 평가에 좌불안석하면서도  때론 진실의 거울인 양 타인을 메마르게 평가하려 들지만, 느낀바 보다 포장하고 부풀려서 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나를 거울로 삼고 자신을 투영하려 한다면 조금은 예쁘게 보이는 거울이 되어 주어도 좋지 않을까?     

내가 믿는 나의 인식이란 것도 때론 부정확한 허상에 불과할 때가 있을 테니.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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