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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Aug 12. 2018

(12일) 목말라, 물 좀 줘

 
'나 목말라, 물 좀 줘' 
 

  
얼마 전 대구 위성 도시 경산에서 
15세 소년이 왕따를 당하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습니다. 유서도 공개되었습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직전에 적었습니다. 
왕따 당한 사실을. 
그리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두 마디.
 "나 목말라. 물 좀 줘." 


- 임재양의《의사의 말 한마디》중에서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가 왕따라면 어떨까?

친구로부터 소외당해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지 못한다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난 후 뒤늦게 알게 된다면?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아픔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평생 벗어나기 힘들것이다.

좌절과 무관심은 숨쉬기 힘든 큰 절망일 테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 장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 내용 중에 혜원(김태리 분)도 어렸을 적 왕따를 경험한다.

어느 날 엄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놨는데 엄마의 반응이 너무 쿨했다.


"너 괴롭히는 애들이 제일로 바라는 게 뭔지 알아?"

"니가 속상해하는 거."

"그러니까 니가 안 속상해하면 복수 성공!"


그래도 울먹이며 우울해하자, 맛있는 요리로 위로해준다. (크렘 브륄레)

밤을 쪄서 곱게 빻고 작은 컵에 담는다. 소스(어떤 조합인지 잊어버렸다)를 얹고 그 위에 설탕을 솔솔 뿌린다.

설탕 뿌린 자리에만 불로 그을린 뚝딱 쉽게도 만들어주던 근사한 간식이다.

비주얼이나 색깔이 막 화려하지는 않았는데, 한 수저 입에 문 아이의 표정은 큰 위로를 받았다.

엄마에 대한 서운함도 왕따로 힘들었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진, 행복한 미소였다.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함.


혜원의 엄마(문소리 분)처럼 나도 그렇게 쿨 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 않은 척 평정심을 갖고 저런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상대가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면, 그냥 별일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혜원의 엄마가 의도한 것도 그런 것이었으리라. 


부모는 때로 분노와 화를 꾹 참고

불안과 초조를 티 내지 않으며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가 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호들갑 떨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믿고 지켜보는 일.

엄마가 되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가 아니어도 누가 되었든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이야기를 들어줄 딱 한 사람.

내 마음을 알아주고 어루만져 줄 한 사람.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줄 수 있는 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극단적인 선택까지는 가지 않았으리라.


그 한 사람은 누구든 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가 되었든, 그 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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