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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맹이여행자 May 08. 2019

카르마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 : 선의는 돌고 돈다 

“어떻게 하면 낯선 이에게 이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거야?”


그동안 목구멍 끝까지 치솟았던 물음이 마침내 빠져나왔다.

플라야 델 카르멘 호스트 데이비드는 지금까지 만나온 호스트들처럼 아주 친절했다. 단순히 친절하다는 말로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마주한 이들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데이비드가 데려가 준 세노테


데이비드는 출근하기 전에 직접 만든 과일주스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나갔다. 또한 내가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세노테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운전해서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의 친절이 너무나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했다.

카우치서핑으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선뜻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것이.


그는 어깨를 한 번 치켜세우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나는 카르마를 믿어.
내가 누군가를 도왔을 때
지금 당장 나에게 물질적인 보상이 돌아오는 것은 아닐 거야.
하지만 이 친절은 돌고 돌다가
내가 정말 필요로 할 때 돌아오게 될 거야.”


멕시코의 아름다운 해변


문득 플라야 델 카르멘에 오기 이전에 칸쿤에서 함께 지냈던 호스트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 여행을 갔었어. 그때가 10년 전쯤이었지. 호스트 직업은 의사였어. 그녀가 여행을 잘 하라며 카드 한 장을 주더라고.”

“아하, 교통카드?”

“아니, 신용카드. 그때 다짐했어. 앞으로 우리 도시에 여행을 오는 여행자들을 만난다면 나도 똑같이 베풀어야겠다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까지도 그들이 말한 카르마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지는 못 했다. 하지만 내가 길 위에서 받은 사랑을 조금씩 베푸려고 노력 중이다. 외국인 여행자가 보이면 발걸음을 멈추고 길 안내를 해주거나 지하철 티켓을 사는 것을 도와주는 사소한 것들부터. 자그마한 기념품을 팔아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이들이 보이면 엽서라도 두어 장 사주어야 마음이 놓인달까.


세드릭(좌)과 마르코(우)와 현지에서 보낸 행복했던 시간들


프랑스 파리 호스트 세드릭과 크로아티아 풀라 호스트 마르코가 한국에 온 적이 있다. 업무로 인해 평창 올림픽을 관전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 둘을 초대하여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주었다. 내가 받은 것에 비하면 작은 정성이지만 한국에 와서 현지인의 집에 초대된 기억은 그들이 또다시 누군가에게 베풀고 살아갈 이유가 될 테니까.


나의 작은 손짓이 세상을 좀 더 따스하게 만들었기를


선의는 돌고 돈다. 내가 베푼 친절은 손 끝을 타고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들어 갈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유랑하다 내게 돌아오는 기간이 까마득히 멀지라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있겠지.


그거면 된 거 아닐까.
나의 작은 손짓이 세상을 좀 더 따스하게 만들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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