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꼬맹이여행자 May 01. 2019

내가 속한 세계

#칠레, 푸콘 : 그저 아주 작은 하나의 사회일지도 모른다고


한 가지 길만 걷다 보면 그 세계가 내 삶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대학이 앞으로의 인생을 모조리 결정짓는 줄로만 알았고, 직장 생활을 할 때는 그 안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이 전부인 줄 알았던 것처럼. 


회사를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개구리는 우물을 뛰쳐나왔고, 우물 밖에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을 시내에서 비야리카 화산이 보이는 푸콘


어느덧 여행을 한 지 일 년이 지났다. 시간은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건지 귀국해야 할 시점이 또렷해질수록 빠르게만 흘러갔다. 일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무얼 할까 하다가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기념일에 맞추었다기보다는 여행 일정이 흘러가다 보니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그렇게 비야리카 화산이 보이는 작은 호숫가 마을 푸콘에서 다이빙을 하게 되었다. 사실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르는 순간까지도 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1만 4천 피트 상공에서 발아래를 쳐다본 순간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런 미친 짓을 큰돈을 주고 하려고 했다니. 발은 비행기 안에 뿌리를 내린 듯 꿈쩍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원망해봐야 별 수 있을까. 함께 탄 헬퍼의 ‘쓰리, 투, 원!’이 끝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신의 시야를 체험할 수 있었던 스카이다이빙


거센 바람이 얼굴을 할퀴었고, 나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하늘에서 바라보니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작은 도시인 푸콘에 삼일이나 머무르면서도 못 가본 곳이 많은데. 푸콘 주위에는 수도 없이 많은 마을들이 새롭게 펼쳐져 있었다.


이게 바로 신의 시야인 걸까. 
한 마을, 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순식간에 고공 낙하는 끝이 났다. 지상에 내려와서조차 내가 정말 그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것이 맞는지 어안이 벙벙했다. 여전히 터질 것 같은 심장과 멍멍한 고막이 꿈이 아니라고 말해주었지만.


“살다 보니 이제는 하늘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하네.”


여행을 하면서 생생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가슴이 터질 만큼 뛰어보기도 하고, 자유롭게 춤을 추기도 했다.

이제는 하다못해 하늘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하다니. 전에는 이런 경험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는 길 위에서의 순간들


갑자기 회사 옥상에서 떨어져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친구의 손을 잡고 울던 날이 떠올랐다. 왜 그 날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난생처음으로 하늘에서 떨어져 봐서일까. 혹은 하늘에서 바라보면 수많은 도시가 이 근방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아무리 발버둥 쳐도 행복하지 않았던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당신을 마주할 수 있다면 하늘 위에서 바라본 풍경을 보여주며 몇 번이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이 속해있는 세계는 그저 아주 작은 하나의 사회일지도 모른다고.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발을 디뎌보라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힘겹다면 다른 곳을 바라보아도 괜찮을 테니.



당신이 살아지고 행복해지는 게 어쨌든 중요한 일이니까. 

세상 사람들 모두가 반대하더라도 나는 괜찮다고 계속해서 말해줄 테니.

이전 10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