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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맹이여행자 May 29. 2019

여행을 하고 나서 행복해졌나요?

#대한민국, 서울 :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나는 행복하고 싶었다.

행복이라는 단어의 뜻이 뭔지도 잘 모를 시절부터 머리가 커버린 지금까지. 여전히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오면 선뜻 답하지는 못 하겠지만. 무언가 삶에 결핍이 느껴졌으니 행복을 좇았던 것 같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도 이따금씩, 아니 꽤 자주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여행을 하면서 나는 행복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같은 것이 아닐까.

여행이 끝나면 금세 사라져 버리는. 


그렇기에 나는 더 필사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걸 알지 못한 채 돌아가면 내 여행은 실패에 가까울 것 같았으니까.


갑자기 또렷한 생각이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스며들었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긴 여행을 하고 돌아와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떠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떠나보니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던 것.

나는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지금 여기에 놓여있는 나의 행복을 있는 힘껏 안아버리는 것에 대하여.



첫째, 행복하려고 애쓰지 말기.


길 위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빼놓지 않고 행복에 대해 물었다. 나와 다른 나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어떻게 행복을 찾은 건지 궁금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아주 평범한 것이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날 앉아있을 공원이 있고, 더운 여름날에는 집 앞에 있는 바다에 뛰어들면 시원해지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나 역시 여행에서 느꼈던 행복한 순간들은 별 다른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접어든 길목에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발견했다던가, 지나가는 이에게 길을 물었는데 친절하게 답해주었다던가, 처음으로 먹어보는 이국적인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던가 하는. 거창해 보이는 세계일주 속에서도 행복이란 것은 사소한 곳에 숨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어쩌면 행복에 대한 기준점을 높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하고 싶다’는 말 자체가 행복은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것을 취해야 찾을 수 있다는 말일 테니까.


둘째, 사소한 부분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기.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잘 사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지구 상의 많은 어린이들은 배를 곯고 있었고,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본 사람조차 많았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끊임없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행복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냐에 달려 있었다.


행복이라는 것이 별 다른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 오늘 빗소리가 너무 좋았다거나, 지하철 역의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열렸다거나. 혹은 집에 가면 택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작은 것에 행복해질 수 있는 이유를 부여하자. 일명 ‘행복 찾기’ 연습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하루에 적게는 다섯 개부터 많게는 열 개도 넘게 나온다. 나중에는 구태여 찾으려 하지 않아도 순간순간마다 행복을 느낄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한 번뿐인 나만의 인생이니까.

내 앞에 놓인 행복을 외면하는 것보다 억지로 찾아내서라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셋째,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 내 삶을 비교하지 말기.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 어린 시선을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물건을 샀을 때, 혹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거나 승진을 하는 등. 하지만 내 삶에 그러한 순간들이 많이 쌓인다고 해서 인생 자체에 대한 고민이 사라질 수는 없다. 


이처럼 내가 부러워하고 있는 그 사람의 인생도 사실은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무엇인가 해야 하며, 화장실에 가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든다. 그 사람이라고 해서 연애가 척척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삶이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면 평범한 나의 삶에 더 만족하게 된다. 누군가와 비교하며 한탄하기보다는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니까.



일상에서 행복해지는 방법.
이것이 긴 여행이 내게 준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허황된 행복을 좇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나의 하루에 감사할 뿐.




안녕하세요,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저자 꼬맹이여행자입니다.

15주간의 위클리 매거진 연재가 어느덧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제 책의 마무리 에피소드인 '여행을 하고 나서 행복해졌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처럼,

여전히 저는 평범한 제 일상에 만족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퇴사를 하고 세계일주를 했고, 우연히 쓴 글이 계기가 되어 책 한 권의 저자가 되었습니다.

스물여섯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인생은 책 한 권에 담겼지만, 앞으로의 인생 속에 제게는 풀어 나가야 할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특별한 삶을 살며 특별한 것을 전해드리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전달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언젠가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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