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펍 투어 - 5
혼맥의 품격 in Singapore 5
1 Altitude & Post Bar
방이 아까워 더 잘 법도 하지만(무료 업그레이드 받은 스위트룸) 새벽 5시에 눈이 떠지고 말았다. 다행히 호텔 바로 앞에는 싱가포르 명소인 멀라이언 파크와 보트키가 위치하고 있으니 구경할 시간이 벌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산책이나 할까 하여 나와보니 의외로 새벽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 일출 명소라는 멀라이언 파크에서 해 뜨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루의 시작이 지나치게 알찬 느낌이었다.
호텔 조식을 먹고 잠시 관광이나 할까 밖으로 나섰으나 역시나 두피가 까질 것만 같은 더위는 좀처럼 참을 수가 없었다. 얼음 동동 띄운 타이거 맥주 한 잔에 락사 한 사발을 겨우 비우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그래도 오늘 저녁은 루프탑 라운지에서 맥주를 즐길 예정이라 조금 설레는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늘 밤의 목적지는 1 Altitude
출국 전부터 원엘티튜드 라운지에 예약 메일을 보냈었다. 자리 없이 서서 석양을 즐기고 싶지 않아서였지만 담당자는 1인은 굳이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의 술을 마시던 말이다. 혼자서 술을 많이 마실 예정이니 테이블 예약을 해줄 수 없느냐고 다시 문의했지만, 역시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신 무료입장권을 선물하겠다고 했다. 아니 무료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편히 않아 술 마실 의자가 필요했던 것이었는데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별수 없이 간단히 석양만 보고 돌아오자는 생각으로 오픈 시간에 맞춰 원엘티튜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부지런한 아가씨들이 예약 없이도 앉을 수 있는 여분의 의자를 차지하고 있었다. 가까스로 석양이 잘 보이는 스탠딩 테이블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해가 사라지고 완벽한 야경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생각 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리가 몹시 아파 맥주는 먹는 둥 마는 둥 영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게 다 예약을 받아주지 않은 매니저 탓이다. 나는 충분히 많이 마실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체험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객실로 들어가기 전 로비에 위치한 포스트바에 들렀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들어서자마자 안내받은 의자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시작은 싱가포르 대표 알코올 싱가포르 슬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그리고 드래프트 비어 몇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시원하고 시원하고 또 시원했다.
아무리 황금 양탄자를 깔아준다한들 마음이 편해야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을 절실하게 깨달았던 싱가포르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