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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Dec 19. 2021

혼맥의 품격 22

살 찌긴 싫은데 맥주는 마시고 싶어

지난 2020년은 내 몸매의 전성기였다. 뇌출혈수술 후 재활을 위해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에 재미를 붙이고,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고 내친김에 피트니스 대회까지 출전했다. 내 생애 다시없을 육체미의 르네상스 였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대가는 가혹했다. 일년의 반 이상을 탄수화물 100g, 단백질100g에 맞춘 극단적인 식단을 유지하며 살았는데 지금은 상상만으로도 영양실조가 오는 것 같다.


2021년은 식이장애, 요요 현상과 싸워야 하는 나름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심각한 기아상태에 면역체계에 위기를 느낀 내 몸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입으로 들어오는 족족 알차게 흡수를 해 주었다. 소위 말해 “살 잘 찌는 체질” 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시작된 혼맥 라이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배가 나오기 시작한 것. 안주만 먹지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맛 좋은 맥주는 술 자체에 당류가 포함되어 있어 많이 마시면 살이 찔 수 밖에 없었다.


해결법은 아주 간단했다. 술을 끊거나, 아니면 당류가 포함되지 않는 증류식 소주를 마시면 되는 것. 하지만 혼자 마시는 맥주를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차선책은 있었다. 


바로 라이트 맥주를 마시는 것.



*맥주의 ‘라이트’ 명칭 : 100ml당 칼로리가 30kcal이하인 맥주에만 라이트 명칭을 붙일 수 있도록 되어있다(식품 등의 표시 기준 의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라이트 딱지가 붙은 맥주는 ‘카스라이트’ 한 종류 뿐. 카스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범한 맛에 칼로리를 줄이면 얼마나 더 맛이 겸손해질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처음 마셔본 카스 라이트는 청량감이 일품인 나름 괜찮은 분위기의 맥주였다. 냉동실에 좀 넣어 두었다 마시니 완벽에 가까운 짜릿함이 우울했던 기분을 단박에 날려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도 모르게 4캔을 다 마셔버리고 말았다. 3캔째에는 취기도 올라오는 것이 ‘라이트’라지만 완벽한 맥주임에 틀림없었다.


아무리 칼로리가 낮아도 많이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다음날 아침 찌그러진 빈 캔들과 불룩 튀어나온 배를 보니 헛움음만 나왔다. 아무래도 ‘라이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제하는 내 정신력이 더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오비 카스 라이트

한국/4.0%/라거

335ml캔 기준 99kcal(일반 카스 149kcal) 청량감이 돋보이는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맛의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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