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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04. 2019

제주에서 산책하기 좋은 휴양림

PM 13:00 소화 DIGESTION

제주에 가면 휴양림을 한 번쯤 꼭 찾아보세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피톤치드로 힐링하고, 소화도 시키면 그날의 저녁 식사는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붉은오름 가는 길 (2019)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흑돼지? 고기국수? 정도의 추측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정답은 의외로 액상형 생약소화제랍니다. 제주에 가면 배가 불러서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식사를 하게 되는 일이 잦은 것 같아요. 맛있는 음식을 남긴다는 것이 아쉬워 그릇 바닥이 보일 정도로 깨끗이 비워내다 보면, 평소 식사량을 훌쩍 넘기는 일이 다반사거든요.

저는 소화기관이 무척이나 예민해서 평소에는 식습관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왜 그리 예외가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특히 제주를 여행할 때는 더욱 쉽게, 과식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마치 '소화 보장보험'에라도 가입한 것처럼 말이죠.


먹는 즐거움 (2018)

                                                                                                

한때는 몸매 유지를 한다는 명목으로, 음식은 무조건 반만 먹어야 한다는 일상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식당을 나설 때마다 마주한 사장님들의 표정에는 늘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죠.


식사가 입에 안 맞으셨나 봐요?


반도 넘게 남아있는 음식들은  마치 사건 현장의 증거물들 같이 느껴졌답니다.


아뇨 맛있는데 제가  워낙 적게 먹어서요.


진심이 담긴 대답이었지만 상대방의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죠. 아무리  개인 사정으로 덮어보려 해도 해결되지 않는 남긴 음식에 대한 이유들. 매번 설명하는 것도 고역이었죠. 

사실 돈을 지불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생산하는 것. 심각한 자원낭비 범죄의 현장이 명백했습니다. 그래서 그 불편한 진실을 깨달은 지금은 주문한 음식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다하고 있죠. 열심히 끝까지 다 먹는 것으로 말이에요.


1인 밥상이지만 꽤 양이 많다 (2018)

                                                                                                       

하지만 결국 과식 후 소화불량은 당연한 원인과 결과였답니다. 그래서 점심 식사 후에는 꼭 산책을 할 수밖에 없었죠. 어쨌거나 소화를 시켜야 마음 편하게 다음 일정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오름과 곶자왈, 그리고 해안산책로까지 걸을 곳이 지천에 널린 제주에서 어디를 걸어볼까 하는 것은 행복한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마치 디저트를 선택할 때처럼 말이죠. 


해변을 걷다 들어온 카페 (2016)


하지만 많은 후보지들을 뒤로하고 제가 주로 선택하는 곳은 제주의 휴양림입니다. 예쁜 바다를 보며 걷는 것도 좋지만 제주의 해변은 대부분 아담한 데다가 한 발짝 떼기가 무섭게 카페들이 늘어선 경우가 많거든요. 의지가 약한 저는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답니다.


'어! 저기 예쁘다.' 머리가 생각하면, 다리는 자연스레 그곳을 향하더라고요. 그렇게 카페로 들어가 케이크 한 조각을 먹게 되었고, 결국은  약국 문을 두드리게 되는 재앙을 부른 경우가 적지 않았죠.


한라생태숲 산책 (2017)

하지만 휴양림의 경우는 악순환의 원천봉쇄랍니다. 일단 숲 속으로 들어서면 나무와 풀들 외에 만날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어요. 딴생각을 할 수가 는 거죠.  게다가 제주의 휴양림은 오름 한 개 정도는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대량의 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간단한 산책코스부터 장거리 트레킹 코스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니 체력이 약해 못 걷겠다는 말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죠.


휴양림 걷기는 또 좋은 점이 있어요. 바로 코스를 선택하면 완주라는 목표가 생기게 된다는 점인데요. 소화 촉진은 물론 뜻밖에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어서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점만 가득한 제주의 휴양림들은 여행자들에게 참 고마운 존재랍니다.


비자림에서 식후 러닝 (2016)


설마 지금 나는 소화가 항상 잘 되니까 산책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겠죠? 소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식사 후 휴양림을 걷는 것은 건강에 참 좋은 일입니다. 숲의 선물인 피톤치드는 장과 심폐기능을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요. 


제주에서 점식을 먹었더니 배불러 죽겠다고요? 


그런 날에는 걱정 말고 제주의 휴양림을 한 번 걸어보세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피톤치드로 힐링하고, 먹은 것도 잘 소화시키면 그날의 저녁 식사는 평소보다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점심 식사 후 걷기 좋은 제주의 휴양림 

                                                                                                         


· 한라생태숲
제주마 방목지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한라생태숲은 도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이에요. 많이 알려진 다른 휴양림에 비해 조성된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울창한 숲의 느낌은 조금 부족하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산책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답니다. 탐방로가 깔끔하게 잘 조성되어 있어서 복장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 서귀포 자연휴양림
서귀포시에서 가까운 휴양림이에요. 법정이오름이 휴양림 내에 위치하고 있답니다. 한라산 가까이에 조성되어 있어서인지, 울창한 숲의 기운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 노루들도 만나 볼 수 있어요.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다른 곳보다 조금 어두운 편이라 혼자 걷기에 무서울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표선면에 위치한 휴양림이에요. 붉은 오름이 휴양림 내에 위치해 있지요. 붉은오름 가는 길이 동화 속 신비의 숲처럼 아름다운데 그래서인지 셀프 웨딩사진을 찍는 분들도 더러 볼 수 있어요. 상당히 한적한 곳이라 여유롭게 걷고 싶을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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