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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앓이 Nov 07. 2019

햇살 좋은 날 가볼 만한 제주 해변

PM 14:00 햇살

따뜻한 햇살아래 해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량하고 지친 마음에도 봄날이 찾아오지요. 제주가 건네주는 마음의 위로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가 되어야만 그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답니다.


나의 올레 패스포트 현황 (2019)

                                                                                                          

올레길을 그렇게 자주 걸었는데 왜 완주를 못했지?
   
듬성듬성 도장이 찍힌 올레 패스포트를 정리하며 어느 날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답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따져보니 새로운 장소보다 익숙한 곳을 좋아하는 성격 탓이었죠.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계절이나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마치 다른 장소처럼 느껴지는 그 신기함이 저는 참 좋았답니다. 올레길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같은 코스를 여러 번 다니다 보니 몇 년이 지났어도 26개 코스를 다 둘러보지 못했던 거죠.


광치기 해안 (2013)

                                                                                                      

성산일출봉 일대를 걷게 되는 올레 1코스도 그런 곳들 중 하나였어요. 몇 년 전 어느 날에는 엄마와 함께 그 길을 걸었죠. 몸이 불편하신 아빠를 돌보느라 늘 집에만 계시던 엄마에게 주어진 모처럼의 자유. 모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4시간뿐이었지만 엄마와 딸은 종착지인 광치기 해변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갔답니다. 시간이 그리 넉넉지 않아 점심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오름과 바다, 하늘과 우도를 품고 걷는 길이었으니 그 가슴 벅찬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죠. 우리는 점심도 거른 채 오후가 무르익은 시간이 다 되어서야 종착지 근처 성산 일출봉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잠시 한숨을 돌리며 그 모습을 바라보니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우뚝 서있는 모습이 어찌나 웅장하면서 우아하던지 모녀는 배고픔도 잊은 채 그대로 잠시 멈춰 서 있었답니다.


성산 일출봉 (2013)

                                                                                               

그날의 성산 일출봉,

푸른 하늘 아래 올록볼록 솟아난 제주의 오름들,

에메랄드빛 바다에 금빛 테두리를 더해주는 햇빛,

암갈색 조랑말의 등을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살까지 제주 하면 떠오르는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들이죠.
   
하지만 막상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그런 완벽한 날씨를 만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나 도착 날부터 작정한 듯이 궂었던 날씨가, 육지로 돌아가는 날,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일 때면 너무 얄미워 화가 나기도 하죠.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요. 제주를 사랑하는 여행자는 이제 궂을 날씨의 제주를 즐기는 것에도 제법 익숙해졌답니다.


일광욕 중인 그녀들 (2016)

                                                                                     

그래도 이왕이면 내가 머무를 제주의 하늘이 맑고 푸르렀으면 하는 바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따뜻한 오후의 햇살과 함께하는 제주 이곳저곳은 조명 효과를 제대로 받아 평소보다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뿐인가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의 지치고 황량한 마음에도 봄날이 찾아오지요. 제주가 건네주는 마음의 위로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가 되어야만 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답니다.

오늘처럼 유난히 일상이 지루하고 힘겨운 날이면, 제주 어딘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즐기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언젠가 다시 찾을 제주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으면 좋겠어요.

                                                                                      

맑은 햇살 아래 더 아름다웠던 제주 여기저기

                                                                                                 

· 조천 죽도 일대

올레 18코스가 지나는 조천읍에는 죽도라는 작은 섬이 있답니다. 사실 섬이라 하기에는 아주 앙증맞은 크기지만 주변에 카페도 많이 있고, 봄이면 섬 전체에 양귀비를 심어 놓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사랑받고 있지요. 양귀비꽃이 피지 않을 때에는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 해안가 오솔길이지만 맑은 날이면 푸른 바다와 검은 바위, 갖가지 식물들이 어우러져 제법 그럴싸한 장면들을 연출해 내는 곳이랍니다.

                                                                                         

· 삼양해변
검은 모래가 인상적인 삼양해변. 검은 모래는 흐린 하늘 아래 더욱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기분전환을 위한 여행자들에게 그리 좋은 장소는 아닙니다. 하지만 맑은 날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황금빛 햇살과 고급스럽게 반짝이는 검은 모래의 모습은 함께 보면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답니다.

                                                                                             

· 중문색달해변
절벽 아래 위치한 중문색달해변은 막상 가까이 가려면 언덕길을 내려가야 하는 귀찮음을 각오해야 하는 곳입니다. 더군다나 흐린 날이라면 그냥 절벽 아래 작은 해수욕장 정도로 보일지도 몰라요. 제주에서 가장 서핑하기 좋은 곳으로 파도가 좋은 날이면 많은 서퍼들로 가득한 이곳이 특별해 보이기 위해서는 멀리 태평양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를 금빛으로 물들이는 강렬한 햇살이 필요합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관전하듯 바라본 해변과 서퍼들의 모습은 마치 내가 파도를 타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할지도 몰라요.

                                                                                             

· 종달 해변
해맞이 해안로를 따라 하도에서 성산 일출봉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해변이에요. 드라이브하기에도 좋고 걷기에도 나쁘지 않아요. 멀리 일출봉과 우도의 모습이 보이고 근처에는 철새 도래지가 있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새들도 만나볼 수 있답니다.

                                                                                         

· 월령 선인장 마을
해안가 바위에 옹기종이 모여 자라는 백년초가 있는 곳. 월령 선인장 마을에는 그 신기하고 귀여운 모습과 함께 따뜻한 햇살 아래 걷기 좋은 산책길이 있답니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녹색 선인장이 만들어 내는 푸르름의 삼중주는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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