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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커피 한잔 하기 좋은 제주 카페

AM 11:00 커피

by 제주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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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제주에서의 모닝커피만큼은 장소에 집착하지 않아 보려고요. 믹스커피면 어떻고 캔커피면 또 어떤가요. 제주라는 커다란 카페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협재 해변에서 즐기는 모닝커피 (2018)

산책도 하고 여유도 부릴 수 있는 제주의 아침에도 작은 불만은 있습니다.

이른 아침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을 때,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점이죠. 물론 육지와 다를 바 없는 도시 번화가에서는 예외로 하고,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대체적으로 10시는 넘어야 카페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니까요.

그래서인지 캡슐커피 머신이 준비되어 있는 숙소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혼자서는 머물기 부담스러운 고급 숙소인 경우가 많지요.


삼양해변 카페 미쿠니 (2019)

대충 편의점표나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 그만인데 웬 유난이냐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만족스러움에 완벽을 추구하고 싶어 지니까 말이죠.

그래도 카페인의 간절함이 요동치는 이른 아침을 제외하면 선택권은 주체할 수없이 많아집니다. 제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신상 카페의 오픈 소식이 들려오니까요.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하죠. 이제는 작심하고 카페 투어를 하지 않고는 다 돌아보기에 역부족입니다.

여기도 가보고 싶고 저기도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조금 예쁘고 특별해 보인다 싶은 카페에 방문하면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나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 요즘 여행자들의 취향은 다 비슷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는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것이 정말 고역입니다. 누구도 신경 쓰지는 않을 테지만 스스로 고립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다리는 사람들마저 생기면, 정작 즐기려던 커피는 뒷전이 되어 버립니다. 쫓기듯 자리를 정리해야 하는 불상사까지 생겨버리죠.


대정 난드르커피 (2018)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오픈 시간에 맞춰 카페를 방문하기 시작했답니다. 드디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여유롭게 즐기는 커피 한 잔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불특정 다수의 모델들이 가득한 매장 풍경 대신 공간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하지만 그 시간도 길어야 30분을 넘기지 못했죠. 저의 그런 전략이 간파당한 것일까요? 부지런한 여행자는 저 말고도 많이 있더라고요.

같은 지역을 여러 번 여행하게 되면 익숙한 곳이 한두 군데 생기기 마련입니다. 때로는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보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좋을 때가 있지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깊어가는 사람들과의 인연처럼, 다시 보면 즐겁고 익숙한 맛이 기다리는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SNS 남길 한 장의 인증 사진보다 값지죠.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행동은 늘 반대로 가기에 몸은 늘 고생을 합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정신을 차려볼까 합니다. 제주에서의 모닝커피만큼은 장소에 집착하지 않아 보려고요. 믹스커피면 어떻고 캔커피면 또 어떤가요. 제주라는 커다란 카페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죠.


오늘도 이렇게 진짜 제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소소한 진리를 깨닫습니다. 덕분에 다음번 제주에서의 모닝커피는 더욱 여유롭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주에서 모닝커피 하기 좋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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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재 카페 과달루페
협재에서 가장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카페예요.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뻔하지 않은 분위기라 애정이 가는 곳이죠. 2층에 와인숍이 있어서, 제주도 푸른 밤에 살짝 낭만을 첨가하고 싶을 때 지갑을 열기에 이만한 곳이 없답니다.

· 제주시 초밥군커피씨
용두암 근처에 위치한 곳이에요. 초밥도 팔고 커피도 마실 수 있지요. 얼굴만 한 대왕 초밥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저는 이곳의 물고기 라테를 좋아해요. 기교만 잔뜩 부린 커피가 아닌, 본연의 맛부터 충실한 정말 맛있고 예쁜 커피거든요. 우울할 때 마시면 기분 전환에 특효약이랍니다.

· 서귀포시 오버더윈도우

서귀포시에서 가장 세련되고 아름다운 바다전망을 가진 카페랍니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전망이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카페에서 직접 로스팅한 향긋한 커피는 비 오는 날 창가에서 한 잔 하기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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