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9:00 산책
제주의 아침 산책.
걸으며 느끼는 고요함이 선사하는 마음의 평화는
제주 여행 최고의 선물이지요.
그곳이 저에게 늘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 지금 어디야?
: 아 잠깐 해변에 산책 나왔어.
: 나 좀 깨워서 같이 나가지.
물론 그럴까도 생각했었죠. 하지만 아침에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기가 미안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두고 혼자 숙소를 나었던 거예요. 산책하려고 말이죠. 여행은 같이 가놓고 좀 너무하다 싶은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침에 걷지 않는 제주란 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 알았지? 그러니까 나랑 제주 여행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해. 전날 과음에도 예외는 없어.
바다로 둘러싸인 화산섬, 300개가 넘는 오름과 신비의 숲 곶자왈을 만날 수 있는 제주.
제주에서는 동서남북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멋진 경치를 마주하며 걸을만한 곳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이런 이유 덕분에 평소 걷는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제주가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밖에 없겠죠?
보통 여행지의 아침은 퇴실 준비로 분주하기 마련인데요. 저도 예외는 아니기에 아침 산책은 주로 숙소 주변에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숙소 선택에 가장 큰 기준은 ‘주변에 걸을만한 해변이나 오름의 있는가?’랍니다.
이른 아침 제주 산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 하루가 길어진다.
· 아침식사가 더 맛있어진다.
· 일출, 일몰 등 제주의 시작과 끝을 만나볼 수 있다.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평소 많은 사람들로 분주한 곳들을 비교적 한가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대표적인 곳으로 용눈이오름과 새별오름 같은 제주의 인기 오름들을 들 수 있죠.
오름의 매력과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추천은 간단해요.
· 정상에 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눈앞에 펼쳐지는 제주의 요모조모를 조용히 눈과 마음에 담아보세요. 아마 없던 감수성도 폭발해 괜스레 눈물이 고일 지도 모른답니다.
제주에서의 아침 산책을 즐길 장소가 꼭 오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 잔잔한 파도 소리 들리는 아침 해변
· 고요한 마을 길
· 개장시간 5분 내로 입장한 테마파크
어느 곳을 걷고 있어도 결국 그 아침의 나는 제주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제주의 아침 산책.
걸으며 느끼는 고요함이 선사하는 마음의 평화는 제주 여행 최고의 선물이지요. 그곳이 저에게 늘 새롭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 정도면 잠든 친구를 방에 남겨두고 냉정하게 밖으로 나선 것에 대한 변명이 조금은 되었을까요?
그래도 다음번에는 나가기 전에 한 번은 깨워볼게. 토라지지 마 친구야.
· 새별오름
나무가 없는 새별오름은 오후 시간에 오르면 꽤 더운 곳이기도 합니다. 접근성이 좋아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고요. 아침이라고 예외는 아니지만 그나마 한적함을 느낄 수 있으니 도전해 볼 만합니다. 애월이나 한림 쪽에 숙소를 잡았을 때 한 번 꼭 가보세요.
· 서우봉
함덕해변 바로 옆에 위치한 오름인 서우봉. 산책길에 잘 조성되어 있어서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예쁜 바다를 보며 즐겁게 걸을 수 있어요. 특히나 이곳에는 각 계절마다 제주를 대표하는 꽃을 심어놓는데요.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하면 여유롭게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답니다.
· 군산오름
자동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오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탐방로를 통해 걸어서도 올라갈 수 있는 오름이예요. 정상까지 오르며 오른쪽을 바라보면 우뚝 솟은 한라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정상 가는 길에 한라산을 볼 수 있는 오름은 흔치 않답니다. 정상에 오르면 멀리 산방산과 사계해안, 형제섬까지 볼 수 있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에요.
· 독자봉
김영갑 갤러리 근처에 위치한 아담한 오름이예요. 정상 전망대에서 성산일출봉을 비롯한 제주 동쪽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정상까지는 그리 높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어요.
· 용눈이오름
제주 동부를 대표하는 오름 중 하나인 용눈이오름은 서부 새별오름과 더불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곳 중에 하나랍니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많을 때는 용눈이오름의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른 아침 시간에는 비교적 한적하게 용눈이 오름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