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마디마디 손가락은 아프고 계속 부어있나보다
팥앙금 담은 짜는 주머니를 네 손가락에 감고, 힘을 주면 깍지 모양에 따라 앙금이 나온다. 힘조절을 하면서 이리지리 돌리다 보면, 장미도 되고, 카네이션도 되고, 작은 나뭇잎이 되기도 하고, 꽃씨가 되기도 하고.
진짜 꽃모양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부드럽고 다디단 팥앙금으로 이런 알록달록한 꽃모양을 낼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오늘은 컵케이크 사이즈로 설기를 만들고, 이제껏 배운 꽃들을 어레인지 해보는 날.
사실 여전히 서툴러서, 대부분 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내가 만들었다 백 퍼센트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진 찍고 나니, 이게 내 첫 작품인가 싶은 마음에 뿌듯하다.
수업 마치고 저녁에 만난 어르신들에게도 선물하고, 오랜만에 서울 오신 엄마에게는 카네이션을 드리고.
우선, 이런 선물을 받고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며 즐거워한다. 이런 맛에 무엇인가 만들어 선물하게 되는 걸까.
몇 달 뒤, 다시 취업을 하고 아침 9시-오후 6시 직장을 다니는 일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본 시간"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빵과 다지트, 떡케이크를 주변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한 기회"라고 하지 않을까.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는 즐거움,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
그것은 내가 이제껏 머리를 쥐어짜 전략이나 페이퍼를 생산해 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던 것과는 다른 성취감이다.
봄날의 벚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한 입 베어 버리면 금세 사라질 아름다운 것들. 서투르지만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보는 건 소중한 기회, 즐거운 추억이다.
이것을 직업으로, 창업 아이템으로 삼는다면, 악력 기르는 운동은 필수!
컴퓨터 타이핑만 하던 손으로는, 한참 고생하게 될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