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빵제과와는 사뭇 다르다. 1그램까지 정확히 계량하고, 반죽정도도 80%~120% 글루텐 발전단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베이킹과는 달리, 떡제조에서는 그런 것들이 없다. 쌀가루 상태, 그날의 온도. 환경에 따라 "적당히, 적절히."
이래서 난이도 측면에서 볼 때, 제빵 다음 제과, 그다음이 떡이라고 하는 걸까.
사실 떡제조기능사 실기과정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평소 떡을 좋아해서 자주 사 먹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봄 되면 엄마가 만들어주던 향긋한 쑥떡, 가을 한창때 늙은 호박으로 만들어주시던 달달한 호박떡 같은 좋은 추억 때문일까. 아니면 서구의 베이킹 과정을 마쳤으니 이제 우리나라 베이킹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설까.
제과기능사 실기 수업도 얼추 마무리되고 해서, 다음 떡제조기능사 실기 수업도 신청해 버렸다.
의아하게도, 떡제조기능사 실기시험 시험장에 기본 도구들이 다 비치되어 있는 것이 아니 가보다. 찜기, 체, 프라이팬, 스테인볼 같은 모든 도구들을 본인이 직접 다 챙겨가야 한다고 한다. 온갖 짐을 다 챙겨가야 해서 여러모로 매우 번거로우니 웬만하면, 한 번에 시험 통과해야 한다는 후기까지 있다.
그래선지, 선생님께서 자신이 쓸 대나무 찜기, 면포, 계량도구까지 직접 챙겨 오라 하셨다. 덕분에 대나무 찜기라는 것을 처음 사봤다. 떡제조기능사 시험을 정말 도전할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모르지. 찜기가 있으니, 나중에 송편이라도 만들어 찔지, 만두라도 데워 먹을지.
떡을 만드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찌는 것"이다. 적어도 떡제조기능사 실기시험에 들어간 12개 품목 대부분은 그렇다.
쌀가루에 이런 절 재료들을 섞어 넣고, 그다음 물을 팔팔 끓여 그 증기로 쪄내는 것. 덕분에 수분 가득, 질감도 쫄깃쫄깃해진다.
서양식으로 건조한 열기로 구워내면 겉은 바삭바삭, 안은 촉촉한 상태일 텐데. 떡은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으니 질감이 다르다. 찐득찐득 이에 달라붙고, 쫄깃쫄깃 탱탱한 느낌이다. 물론 부꾸미처럼 기름 둘러 구워내는 방법도 있지만, 뜨거운 물로 익반죽 해서 질감이 쫀득해지는 것은 비슷하다. 그 질감은 조금 먹기 불편한 면도 있다.
달콤한 향으로 유혹하지도 않고,
화려한 모양새로 어필하지도 않고,
달달 바삭한 맛으로 승부하지도 않고.
그저, 쌀, 콩, 호박, 대추, 팥 이런 곡물로 담백할 뿐이다. 강렬한 단 맛, 따뜻하고 구수한 향 같은 것도 없이.
어쩌면 그래서 빵과 케이크, 쿠키에 밀려난 것일까.
어느덧, 우리의 일상에서 조금 멀어진 떡.
빵이나 케이크 손쉽게 사 먹듯, 떡을 쉽게 사 먹진 않는다. 명절 때나 가끔 먹을까.
전통 한국음악처럼,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에 편하게 자리 잡지는 못한 문화가 되어버린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