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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엔 달콤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수업을!

꽃 한송이를 피우기 위해, 마디마디 손가락은 아프고 계속 부어있나보다

아빠 칠순 때였나. 특별한 케이크 준비하면 어떨까 싶어 찾아보다 발견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다른 일반 케이크보다 가격은 꽤 나가지만, 어르신들 좋아하는 떡케이크에, 꽃장식도 화려하니 칠순잔치에 어울릴 것 같아 샀었더랬다.


"어, 이런 케이크도 있네? 이 꽃이 팥앙금이라고? 신기하네?"

특별한 날, 어르신들 모두 좋아하셔서 내심 잘 골랐군 뿌듯했었다.


그 기억 때문일까. 

국비과정 프로그램 이것저것 찾아보다 알게 된 앙금플라워 떡케이크 자격증 수업. 민간자격증이긴 한데, 이 기회에 한번 배워보면 어떨까 싶어서 도전! 잘하게 된다면 다음 부모님 팔순 때는 직접 만들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하고. 



10회 차 수업 중에 이번이 5회 차, 딱 반이 지났다.

우선, 왜 다른 케이크 두 배 가격 넘는지 알았다! 꽃 하나하나 수공업. 하루에 많은 양을 만들 수가 없다. 손이 너무나 아프기 때문이다! 


수업 시작한 지 한 달 다 되어 가는데, 매일 아침 오른손 마디마디가 아프고, 손이 붓는다. 

첫 주에는 손가락이 팅팅 부어 흉측하더니, 그래도 시간 지나니 붓는 것도 나아지고 있다. 그래도 이건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다. 운동 배울 때마다 근육통 오고, 악기 배울 때도 손끝 날카롭게 에이듯이 아팠지만, 이렇게 손가락 마디마디가 뻐근하게 아픈 건 아니었다. 


팥앙금 담은 짜는 주머니를 네 손가락에 감고, 힘을 주면 깍지 모양에 따라 앙금이 나온다. 힘조절을 하면서 이리지리 돌리다 보면, 장미도 되고, 카네이션도 되고, 작은 나뭇잎이 되기도 하고, 꽃씨가 되기도 하고. 

진짜 꽃모양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부드럽고 다디단 팥앙금으로 이런 알록달록한 꽃모양을 낼 수 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오늘은 컵케이크 사이즈로 설기를 만들고, 이제껏 배운 꽃들을 어레인지 해보는 날. 

사실 여전히 서툴러서, 대부분 선생님께서 도와주셨다. 내가 만들었다 백 퍼센트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사진 찍고 나니, 이게 내 첫 작품인가 싶은 마음에 뿌듯하다. 


수업 마치고 저녁에 만난 어르신들에게도 선물하고, 오랜만에 서울 오신 엄마에게는 카네이션을 드리고. 

우선, 이런 선물을 받고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다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다며 즐거워한다. 이런 맛에 무엇인가 만들어 선물하게 되는 걸까. 

몇 달 뒤, 다시 취업을 하고 아침 9시-오후 6시 직장을 다니는 일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때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제껏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본 시간" 

그리고 "내가 직접 만든 빵과 다지트, 떡케이크를 주변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한 기회"라고 하지 않을까.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는 즐거움,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다는 즐거움. 

그것은 내가 이제껏 머리를 쥐어짜 전략이나 페이퍼를 생산해 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나가고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 했던 것과는 다른 성취감이다. 


봄날의 벚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한 입 베어 버리면 금세 사라질 아름다운 것들. 서투르지만 그런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보는 건 소중한 기회, 즐거운 추억이다. 


이것을 직업으로, 창업 아이템으로 삼는다면, 악력 기르는 운동은 필수! 

컴퓨터 타이핑만 하던 손으로는, 한참 고생하게 될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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