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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아니 사이버대 학생이라고 하자!  

아니,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라니!

몸과 마음을 심하게 다쳐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러운 걸까.

이제는 정말, 몸과 마음의 건강만큼 중요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든, 명예든, 화려한 인간관계든. 다 무슨 소용인가. 몸이 병들고, 마음이 아파 잠 한숨 편히 잘 수 없다면, 약 없이 버틸 수 있는 날이 하루도 없다면.


몸이 아프면 마음도 힘들고, 마음이 힘들면 몸도 아프다. 40대 중반이 넘으니, 아주 정직하게 몸과 마음의 건강이 즉각 연동된다.


"내 몸과 마음을 해치는 일, 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아웃!"


나의 신념이었던 일, 내게 무엇보다 소중했던 인연들에게 내팽개쳐진 이후 난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 그리고 영혼의 평화를 가장 우선에 두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서울사이버대학 통합건강관리학과.

사실 작년 한 해 몸과 마음 너무 힘들었을 때 명상의 도움을 크게 받았었는데, 이 전공과목 중에 명상관련한 수업이 있어 관심 갖게 되었다. (하지만, 막상 1학기 때는 명상 관련 과목이 개설되진 않았다!)


그래도, 내 일상생활에 도움 될만한 생활습관, 식이요법에 관한 수업부터, 한 번쯤 관심 있었던 해부학이나 기초한의학, 병리학이나 경락관련한 수업까지. 정말 말 그대로 "통합건강관리"에 관한 수업들이 많아 실생활에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 조금은 충동적으로 입학원서를 내게 되었다.


그렇게 벌써 한 학기의 반이 지나고 중간고사 기간. 시간이 훌쩍, 벌써 7주가 지났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니, 아 벌써 2달 정도 시간이 지났구나 실감이 든다. 그동안 난 뭐 했지, 꼬박꼬박 수업 로그인해서 출석체크는 했는데 나는 무엇을 배웠나 싶고.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살펴보게 된다.




"서울사이버대학에 다니고, 나를 찾는 회사 많아졌다~"

너무나 익숙한 로고송. 하지만 이 학위로 내가 무슨 회사를 들어갈 건 아니다. 나는 이미 석사, 박사학위도 있고 내 전문 분야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니다.


백수기간 동안 100만 원 넘는 등록금 내면서 얻은 것들은 무엇일까.

흠, 우선 자연치유식이요법 수업 덕분에 커피 주문할 때 한 번쯤은 주저하고 대신 차를 마시려고 하고, 물이라도 한 잔 더 마시려고 의식하게 된다.

골프 연습을 할 때면, 어깨와 팔뼈, 근육의 움직임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하기도 하고.

생뚱맞게 신청한 수업이지만 경매실무 수업 덕분에 경매법원도 한 번 가보고, 경매과정 참관도 해보고.

새로운 지식은 그렇게 조금씩, 나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을 놓지 않는 것. 그리고 무언가 "할 일"이 있으므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 무엇인가 할 일이 있고, 데드라인에 맞춰 제출할 과제와 정해진 날짜에 시험을 봐야한다는 것. 사소한 그것이 하루를 또 살게 한다.


제과기능사 실기 수업 교실 구석. 다른 팀원들에게 브라우니, 버터쿠키 오븐에서 꺼내 포장하는 것을 부탁하고 나는 노트북을 꺼내 밤 9시부터 시작하는 중간고사를 본다.

전부 다 객관식. 오픈북 시험이나 다름없으니 잘 생각나지 않는건 자료 찾아보기도 하고, 요령껏 시간 내 시험을 마쳤다.

정신없이 시험 다 마치고보니 제과수업 학생들은 모두 떠나고, 나 혼자 덩그러니 빈 교실에 남아있다.

이 시간에 혼자 여기서 뭐하는거지, 이 나이에 대학 수업이나 듣다니 이게 맞는건가. 잠시 멍하다. 뭐, 그럼 어때. 그냥 나는 나 하고싶은 거 하면 되지 뭐. 팀원이 챙겨준 브라우니, 버터쿠키들을 챙겨 나온다. 봄날 밤기운은 아직 쌀쌀하다.

반 학기 다녀본 경험상, 사이버대학은 (내가 3번이나 시도하다 실패한) 방송통신대학에 비해


1. 좀 더 다양한 전공들이 있다. 향후 커리어를 위해서든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부담 없이 시작할만하다.

2. 숙제나 시험이 있으면 친절하게 문자로 데드라인을 알려준다. 예전에 방통대 다닐 때 몇 번 시험을 놓친 적 있었는데, 그럴 염려 없어 다행. 숙제 내라고 계속 독촉문자가 온다.

3. 출석, 과제, 시험점수 수치화가 구체적이라, 뒤처지지 않게 계속 체크 가능

4. 학비가 좀 더 비싸기 때문에 오히려 동기부여가 되는 면이 있다. (역시 사람들은 본전 생각을 하게 되기 마련!)


여러 장점도 있고, 온라인 수업관련 기술상 발전한 면도 있는 듯하다.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사이버대 수업은 한 번 도전해 봄 직함! 우선은 한 학기 마칠 때까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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