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난 지 273일, 사귄 지 259일, 결혼식 1일 전.
이번생에 결혼은 없을 줄만 알았던 일상에 남자, 연애, 독립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내일이 지나면 서류, 집 등 더 큰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겠지요. 그냥 잠이 안 오네요. 주변에서는 축하한다고, 준비는 많이 했냐고 어떤 생각이 드냐고 묻는데, 아직 민망하고 부끄럽고 얼떨떨합니다. 결혼식장에 입장할 때나 실감이 날듯 합니다.
수십 년 간 부모님과 살며 잡일, 관공서 업무를 제가 대행했는데, 눈도 제대로 안 보이시는 엄마와 버럭 소리 지르면 다 해결되는 줄 아시는 아빠를 보면 괜히 죄송스럽네요. 지하철 5 정거장 신혼집으로 가는데도 아직 남의 집 가는 느낌입니다. 결혼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가려니 부족한 게 너무 많아 걱정이 많네요. 세탁도 할 줄 몰라, 청소도 귀찮아, 집에 오면 침대에 누워있기 급급한데 제가 많이 바뀌어야겠지요.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같은 직장에 다닌다고 해도 살림은 여자의 몫이 크니까요. 아이가 생기면 더 큰 변화에 맘속 깊숙한 곳에서 저항심이 들지만 이게 현실이고 주변 상황이니 받아들여야 하겠지요.
학교 동창, 회사 동료들의 경조사는 빠지지 않고 잘 챙긴 거 같은데, 막상 내일 누가, 얼마나 올지 걱정입니다. 남은 청첩장 뭉치를 보면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했나 자괴감이 들지만 와주시면 감사하고, 보이지 않아도 그러려니 마인드 컨트롤 중이지만 잠은 안 옵니다.
평생 다이어트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망했습니다. 축하해 주신다고 맛있는 걸 많이 사기도 하고 얻어먹었습니다. 치킨도 파스타도 맛있네요. 팀장님 과장님 고맙습니다. 오늘 점심에 요가를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1년 6개월간 주 3일씩 하니 몸 라인이 날씬해졌습니다. 무게는 큰 변화가 없지만 옷이 잘 맞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살 빠졌다고 말씀해주십니다. 모바일 청첩장은 포토샵 수정본이라 제가 아니지만 저의 모습이라고 믿습니다. 전날 굶어 봤자 큰 효과도 없으니 그냥 먹어야겠습니다.
신혼여행 가방도 싸고, 이삿짐도 싸고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낼 예정입니다. 내일은 더 기억이 안 나겠지요. 시간이 참 빨리 흐릅니다. 어서 신혼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네요. 옥토버페스트야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