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May 11. 2021

지겨운 반복이 필요한 이유

그것은 궤도에 오르기 위한 필수적인 일



나는 플룻을 연주하고 싶은데 왜 복식호흡을 해야하는거야?




 어린 시절 저는 플룻을 배웠습니다. 우연히 엄마가 수강하는 문화교실에서 처음 본 플룻의 매력에 푹 빠져, 배우고 싶다고 졸랐던 기억이 나는데요. 부드럽고 우아하게 음을 연주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해야지!' 하고 결의를 다졌었죠. 하지만 내 생각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곡을 바로 연주하는 법부터 배울 줄 알았지만, 제가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복식 호흡이었거든요. 배로 숨을 빠르게, 가득 넣은 다음 입술의 작은 틈으로 공기를 곧게 뻗어내는 연습.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던 나에게 이 복식호흡 연습은 너무나 지겨운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복식호흡이 너무 지겨워 건너뛰고 바로 플룻 마우스피스에 입을 대고 연주를 시작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처럼 맑은 소리와 달리 바람 빠진 타이어처럼 푸시식-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복식호흡 연습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라 숨의 길이는 짧았고 입술로 나가는 공기도 곧지 못했던 것이죠. 저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온전한 내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지겨운 반복'을 꼭 해야만 한다는 것을. 




지겨운 반복은 왜 필요하고
언제까지 해야 할까


 다른 업종에서 일을 하다 게임업계로 이직한 후 출근한 첫 날을 저는 아직까지 기억합니다. 그 당시 저는 수습기간이었습니다. 어느 날 회의에 들어갔는데 그들이 하는 말의 50% 이상을 이해하지 못했죠.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발용어와 게임 용어였지만 현장에서 사용하는 말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너무 낯설었습니다. 외국어도 아닌 한글을, 이렇게까지 이해하지 못한 적은 처음이라 저는 그 회의에서 굉장히 당황했어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적응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저는 어릴 때 했던 지겨운 '복식호흡의 반복'을 떠올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회의실 내용을 모두 녹음했습니다. 녹음한 내용을 퇴근길에 다시 듣고, 집에 와서도 듣고, 자기 전에도 들었는데요. 모르는 용어는 따로 정리해가며 공부했고 출근길에 다시 또 듣길 반복했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회의 내용은 따로 체크했다가 그 발언을 한 담당자들을 찾아가 묻기도 했죠. 제가 모른다는 것을 혹여나 '무시'할까봐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게 더 나쁘다는 예전 상사의 말을 떠올리며 저는 철판을 깔고 질문하러 다녔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요. 그렇게 3개월을 반복하다 보니, 회의 내용이 점점 더 빠르게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저는 녹음하지 않아도 바로 회의내용도 작성할 수 있었고, 제 의견도 자유자재로 발언할 수 있었습니다. 지겨운 반복 덕분에 저는 그 조직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방향성만 확실히 알고 있다면 우리를 그 목표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바로 '반복의 힘'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겨워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도 '반복의 힘'을 믿어야만 하죠. 복식호흡과 운지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플룻을 연주할 수 없는 것처럼, 과정 없이 원하는 결과에 뚝딱! 하고 도착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 혹은 먼 미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원하는 목표와 방향성을 먼저 글로 적어보시길 권유합니다. 그리고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습관을 기록해보는 것이죠. 이제 이 습관을 반복하여 여러분의 체질로 만들어야 합니다. 방향이 뚜렷할 수록 지겨운 반복을 견딜 수 있는 힘은 커집니다. 물론 하루 못했다고 실패하는 것은 아니에요. (특히 이것을 우리는 모두 주의해야 합니다!) 인생은 장기 레이스입니다. 수십번 고쳐 쓰고 다시 쓰며 완성해나가는 하나의 책과 같다고나 할까요. 잠시 멈추었다고 생각하고 다시 반복의 사이클에 합류해 봅시다. 당신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춤' 상태 였던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결국, 꾸준한 것들만 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부터 당장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이어가보는 건 어떨까요. 메모지나 어플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가볍게 트래킹 해보세요. 일주일, 한달 그리고 일년을 채워나가는 자신을 기록하는 일은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마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