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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Aug 06. 2021

본캐와 부캐의 차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힘



자발적 즐거움에서 시작하는 사이드프로젝트


 사이드프로젝트와 본업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발적 즐거움입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들인 것이죠. 


저는 낮에는 본업인 직장인으로 시간을 보내고 밤이나 주말엔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요. 


다른 회사도 마찬 가지겠지만 특히 게임 개발은 야근과 '크런치모드'가 있습니다. 빌드 마감때면 공휴일, 주말 상관없이 출근하는 날도 잦았죠. 회사 일이 몰아칠 때는 본업에 집중해야 했기 때문에 사이드 프로젝트는 커녕 글씨를 연습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울 땐 간단하게 하루의 일과를 기록하는 '일기 쓰기'로 대체했는데요.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펜을 잡는 감각을 잊어버리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에 찾은 저만의 대안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꾸준히 글씨를 가까이 하려고 했던 작은 습관들이 지금의 부캐를 성장시키게 할 수 있었습니다.




돈을 위해서만 움직이지 말자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돈에 연연하지 않기'였다.

'수익'을 생각하면 즐겁게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기 어렵습니다. 사이드프로젝트의 핵심은 '딴짓'과 '즐거움'인데, 이걸로 어떻게 수익을 내지? 하는 생각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또 다른 '일'로 만들어버리거든요


저는 본업이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사이드프로젝트에 쏟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홍보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캘리그라피 작업 의뢰로 인한 수익은 고정적이지 않았고, 재능 기부로 작업하는 일들이 초반엔 훨씬 많았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재능기부 일이 나중엔 수익이 있는 새로운 일로 이어지기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아 이 작업은 이 정도 돈은 받아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며 일했다면 절대로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수익에 연연하는 순간 이것은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닌 밥벌이 메인 프로젝트가 되어 버리거든요. 


김성령의 자선바자회 포스터_재능기부


가수 구정현 앨범 타이틀_재능 기부


서울여성영화제 공모전 영화 타이틀_재능기부




사실 캘리그라피라는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혀야 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 시장에서 형성된 수익 기준은 크게 높지 않습니다(물론 오래되고 전문적은 캘리그라퍼 분들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리고 좋지 않은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작업만 하고 작업비를 못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경우엔 돈의 크기를 떠나서 속상할 수 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노하우를 쌓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툴툴 털어버린 적도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서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삶의 만족감'과 '자아실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 수익까지 더해지면 금상청화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딴 짓'이기 때문에 우리는 즐길 수 있고 그럴 때 부캐는 더욱 매력적이니까요. 





실패의 두려움은 넣어두기


앞서 말했듯이 저는 오래 고민하기보단 일단 행동으로 먼저 옮겨보는 스타일입니다. 이런 성격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 


저는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카드를 써서 친구들에게 보내거나 회사 사람들에게 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쓸 사람은 많은데 마음에 드는 카드가 시중엔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마음에 드는 것들은 가격대가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디자인을 하고 인쇄소에 맡겨 샘플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잘 나와서 꽤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더니 반응도 좋았죠. 그 반응에 또 자신감을 얻어 아이디어스에 판매 상품으로 등록했는데, 정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카드를 써주고 싶은 선생님의 단체 주문, 교회에서 쓸 카드 등 저처럼 카드를 많이 쓰고 싶은데 가격과 디자인 때문에 고민했던 사람들의 호응이 많았습니다.


사실 아이디어스에 등록하면서도 '이거 뭐 많이 팔리려나?' '하나도 안팔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은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내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른거 또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돌아섰습니다. 사이드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주변' 일이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얻는 점이 더 많은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입니다. 만약 제가 이 카드를 만들까 말까 하며 고민하는데 시간을 다 썼다면 크리스마스 시즌의 기회는 놓쳤을지도 모르죠. 


물론 저도 여러가지 벌리며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이드 프로젝트도 여럿 있습니다. 그 때마다 만들고 팔지 못한 재고나 사다 놓은 재료가 집안 곳곳에 쌓여있는데요.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내가 몰랐던 시장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저랑 잘 맞지 않는 프로젝트는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다양하게 시도하고 부딪쳐봅시다. 우리가 살면서 유일하게 실패의 두려움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부캐의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목표는 퇴사가 아니다


가끔 제게 사이드 프로젝트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퇴사하는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직장인들의 꿈은 퇴사일 것입니다. 저도 매주 로또를 사며 풍요로운 희망회로를 돌려보는 평범한 직장인이죠(그렇게 취직하고 싶었는데 종국의 목표는 왜 다들 퇴사인지는 아이러니합니다만..) 하지만 저는 일할 수 있는 여력이 될 때까지 회사를 다니고 싶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원동력 중에 안정적인 월급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수입이 불규칙합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기까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죠.  또한 돈을 버는 수단을 바꾸기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앞서 말한 '자발적 즐거움'을 앗아갑니다.


제가 사이드 프로젝트라 불리는 일들을 시작한 것은 회사에 입사해 인정받기 위해 치열하게 수많은 노력을 한 이후 였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회사에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트렌드를 분석하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 쏟았죠. 


 최근 일상 생활에서 본업과 사이드프로젝트의 비율을 따지자면 7:3 정도가 된다. 주중엔 회사일에 몰두하고 잠자기 전 한 두시간 정도만 사이드 프로젝트에 시간을 투자합니다다. 주중에 야근이 많아 하지 못했다면 주말에 시간을 내려고 합니다. 이렇게 즐겁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생계를 위한 수입 걱정이 비교적 적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사이드 프로젝트로 퇴사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보단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도 바로 '나'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그 속엔 '내 자신'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둘의 균형을 잘 잡아가다 보면 사이드 프로젝트와 회사 일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경우도 생기죠. 


저 같은 경우는 개발한 게임 프로젝트의 사전 예약 페이지를 캘리그라피를 쓰기도 했는데요. 기획자로서 몇 년간 개발한 게임 프로젝트가 런칭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운데,  사전예약 페이지를 캘리로 쓴다는 것은 제겐 정말 크나큰 보람이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주는 성취감


회사 일은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조직'의 일이기 때문에 온전히 내가 컨트롤 한다는 느낌은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만의 능력과 열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성취감은 생각보다 꽤 높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하다보면 몰랐던 자신의 성향을 오히려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하죠.


또한 꾸준히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은퇴 후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래 저래 사이드 프로젝트는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알게 해주는 좋은 기회임은 틀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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