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Aug 04. 2021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한 스킬업

꾸준하게 연습하고 기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기록의 힘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다면 사이드 프로젝트의 절반을 이룬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제 경우, 기억하고 싶은 책의 글귀나 드라마 대사를 필사하던 습관에서 출발했는데요. 처음엔 그저 글씨를 쓰는 것이 좋았습니다. 야근을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잠들기 전 노트에 필사하는 시간은 늘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그 시간은 매일 반복되는 회사 생활에 활력소가 되어 주었죠. 


그렇게 시작한 손글씨 쓰기는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을 넘어 '글자에 감정 넣기'까지 발전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드라마 명대사나 명언을 직접 카드에 써서 선물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꾹꾹 눌러 담은 글씨를 보며 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길 바랬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그 글자를 보고 행복과 위로를 받는 것을 보고 저는 손글씨가 가진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인스타그램에 작업을 하나씩 포스팅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하나씩 올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웠고 작업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인스타그램을 꽤 열심히 운영하진 않았는데요. 팔로우를 늘리거나 홍보를 한다기보다는 제 글자가 변해가는 과정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포스팅 주기도 제멋대로였고 한참동안 포스팅 하지 않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멈추지 않고 꾸준히 올렸습니다. 


2016년 첫 포스팅 이후 6년째인 지금까지 일주일에 최소한 1개는 작업을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따로 노트에 쓰고 싶은 글귀나 영감을 얻은 디자인들을 틈틈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록의 힘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데요. 이렇게 꾸준히 기록을 하다보면 그 안에서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SNS에 작업을 꾸준히 기록하던 차, 첫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바로 SM Town 콘서트 홍보 영상에 들어갈 캘리그라피였습니다. 사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캘리그라피가 '핫'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영상감독님이 제 인스타그램을 보셨고 그 당시 유행하던 정형화된 글자가 아닌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하셨는데요. 삐뚤빼뚤 서툴어보이는 글자가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니. 이런게 바로 '기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2015년 SM TOWN 디아지트 홍보 영상, 지금 보면 참 많이 서툴고 어색하다


그렇게 사이드프로젝트의 첫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 첫 단추를 꿰고 나자 그 다음 일이 또 금방 생겼습니다. 샤이니 종현의 콘서트 영상 타이틀, 미스코리아 시상식 화면 캘리그라피, SK 옥수수 TV 국가화장품 수사대 타이틀, 스피치학원의 홈페이지 타이틀, 슬로우 토퍼 광고 캘리그라피까지. 그렇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서 조금씩 노하우를 쌓아갔죠. 


샤이니 종현 콘서트 티저 영상




(좌) 슬로우 토퍼 광고 캘리그라피 (우) 스피치어학원 홈페이지
(좌) 국가화장품 수사대 타이틀 캘리 (우) 카누 공유 텀블러 캘리그라피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분의 부탁으로 위스키 바 간판 캘리를 작업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예전 광고회사 인턴 시절 만났던 대리님이 퇴사하고 해방촌에 차리시게 된 위스키 바였는데요. 이 간판 작업을 하며 저는 정말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여기가 위스키바인지 간판만 봐도 알아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숱하게 글씨를 쓰고 고쳤다.  드디어 가게가 오픈하고, 간판을 보러 갔을 때 제 글씨가 해방촌 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던 모습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해방촌 위스키바, 모어 댄 위스키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기



 간판 작업 이후 글자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종이 위에만 머무는게 아닌, 다른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방식으로 글자를 바라보고 그려내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이후 머그컵, 맥주잔, 엽서 등 작은 굿즈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고 조금 규모를 키워 프리마켓과 자선바자회에 참여해 판매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나니 자신감을 얻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에선 주로 레이저 각인과 커팅 기술을 이용한 캘리그라피 네임택, 우드 토퍼 그리고 엽서를 판매했는데요.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한 엽서와 아기 이름을 새겨 만든 아크릴 네임택의 인기가 많았습니다. 사실 수익이 엄청 대단하진 않았지만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하핫)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 함께 좋아하고 찾아준다는 사실만으로 저는 꽤 흥분되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판매에서 또 자신감을 얻어, 크라우딩 펀딩으로 후원자를 모아 제가 만들고 싶었던 아크릴 무드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최근엔 첫 TV광고 캘리그라피 작업도 진행하기도 했죠. 

가장 최근 작업인 대원제약 뉴베인 TV광고


 저는 캘리그라피나 일러스트, 포토샵을 따로 배워 본 적 없는, 기획자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하지만 혼자 글씨를 쓰고 그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좋아서 취미로 하다보니 어느새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 생겼습니다. 




티핑포인트



<티핑 포인트>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갑자기 변화하고 전염되는 극적인 순간에 붙여진 이름이 다름 아닌 ‘티핑포인트’이다. 


티핑 포인트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순간 폭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우리의 삶도 티핑포인트를 위해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차곡차곡 꾸준히 자기만의 스킬을 적립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그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죠. 그 과정에 얼마나 구체적인 목적성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티핑 포인트가 찾아오는 시기가 달라질 뿐입니다. (인내심...) 


꾸준히 연습하고 기록해 나간다면 쌓인 경험만큼 나의 스킬 또한 성장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엔 가볍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작해봅시다. 누구에게나 티핑포인트 기회는 찾아오니까요. 







이전 13화 본캐와 부캐의 차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