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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Aug 29. 2020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만큼 어려운 회사에서 보람 찾기







 스스로 벌어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은 당장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기엔 '생존' 문제가 걸려 있습니다. 집안이 여유로워 어느 정도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새로운 곳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 두렵기 마련이죠.  저 같은 경우도 혼자 서울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 지출비가 늘 제 발목을 무겁게 잡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곧 '잘할 수 있는 일' 이 될 수는 없고, 하고 싶은 일이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축복받았다고 생각하는데요. 대부분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위해,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생은 원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하기 싫은 수많은 공부를 해야만 하죠. 대학생은 얼른 좋은 직장에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여러 종류의 자격증 준비를 하고 쓰기 싫은 자소서를 수십 장씩 써야 합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생활에선 업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하기 싫은 프로젝트들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직장인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수익을 내기 위해선 숨겨진 수많은 자잘한 일들을 해야 하고요. 이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하기 싫은 일이 필연적으로 따라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옆 팀 과장님은 좋아하는 카페를 차렸는데 장사가 엄청 잘된대'

은행을 다니고 있던 친구가 오랜만에 만나 제게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일을 하고 있긴 한데, 자기가 하는 이 일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자기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른 대안이 있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덧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라면 '야 그럼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아야지,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하겠지만 저는 그런 멋지고 쿨한 말을 던질 수 없었습니다.


곰곰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가 저는 그녀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녀의 꿈은 피아노 학원 원장이었는데요. 막상 매달 규칙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달려들기엔 현실적인 고민이 많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그녀에게 '용기가 부족하네', '정말 원하는 건 아니네' 하고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과연 그렇게 단정할 수 있을까요?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바로 없어지는 불안감에 대한 고민을 그렇게 쉽게, 우리는 '용기의 부족'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요. 

  

 분명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엔 상당한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죠. 아마 카페를 차려서 성공하셨다는 친구의 회사 옆 팀 과장님도 그런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늘 그런 중간과정은 생각하지 못한 채 결과만 보곤 합니다.  모두 꿈을 이루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의미 없는 회사일을 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작은 존재로 만들어버리죠. 


고민하며 커피잔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녀에게 저는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동호회 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회사생활에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피아노를 배우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저 또한 음악을 오래 배웠고, 그 쪽으로 한 때는 진로를 꿈꾸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던 집안 사정으로 음악을 그만 두게 되었죠. 그 이후로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제 욕구를 채우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분야에 취직 후, 월급의 일부를 늘 뮤지컬이나 공연 티켓팅으로 소비했는데요. 직장 생활이 지겹고 의미 없다고 느껴질 때, 제가 번 돈으로 좋아하는 뮤지컬을 한 편 보고 나면 그것은 또 그것 나름대로 제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 또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되는 것이죠. 


 


 사실 직장 생활에서 반드시 특별한 의미나 보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회사의 성과와 나의 보람은 일치할 수 없으니까요.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나의 능력으로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서 그것이 꼭 성공이라는 보장도 없고, 하기 싫을 일을 하면서 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실패도 아닙니다. 당장 눈앞의 일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여러 가능성에 대해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이 어느 날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될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돈 버는 수단이 되면 하기 싫은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죠?) 


 그러니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나의 사이드 욕구를 채워나갈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쪽을 선택하든 결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하기 위해선, 하기 싫은 일 열 가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런 순간순간들이 모여 결국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내 일은 지루해! 아무 의미 없어!' 하는 자책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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