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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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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Apr 11. 2024

병원 가는 날

6개월마다

병원 복도에

캠핑 의자를 펼친다


7시 30분부터 9시까지

복도는 나의 도서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에 밑줄을 그으며

내가 태어난 나라에 감사한다

아프리카였다면

조선 시대였다면

나는 벌써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


대기번호 1번

오전 10시

모든 진료가 끝나면


그제야

펴지는 어깨

가벼워지는  마음


앞으로

6개월은

두 발 쭉 뻗고 잘 수 있겠구나


120분의 대기 시간

30분의 진료

6개월에 한 번 정도쯤이야

생명 연장을 위해

거뜬히 할 만한 일


봄날의 꽃이 아름다운 이유와

여름의 매미들이 자지러지게 우는 것

가을의 열매가 그토록 달콤한 까닭을 


병원 가는 날이면

정답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 인생의 시험을 치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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