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을 꾸려 독립을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그간 나는 본가와 작업실을 오가며 절반의 독립 생활을 꾸려왔다.
이곳에 일부러 사지 않은 것은 세탁기와 냉장고이다.
나는 어느 정도 빨래가 모일 때면 차에 실어 본가로 향한다.
빨래를 돌리고 따순 집밥을 먹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온다.
누군가는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냐고 묻는데 글쎄...
독립을 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시킨 글을 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직접 가스비, 전기비, 관리비를 내며 경제적인 것에 조금 더 민감해지고 싶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을 언제 청산할지 모른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것은 일단은 넘겨두고 싶었다.
침실에는 오랜 시간 쓰던 이불을 가지고 왔다. 이불이 낡았어도 낯선 공간이 익숙해져서 좋았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한쪽 끝이 튿어져 솜이 드러나고 있었다.
본가에 머물던 날, 엄마에게 무심코 이불을 사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후 엄마는 손수 이불을 사오셨다.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결국 엄마가 사다주신 엄마의 이불을 독립한 공간에 가지고 왔다.
침실에 펼치고서 가만히 잔잔한 꽃무늬를 바라본다.
이 이불이 내 취향인가? 사실은 아니다.
내가 샀다면 아이보리 톤의 무늬가 없는, 두툼하고 포근해 보이는 면 이불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취향이 아닌 익숙한 꽃무늬가 무척 사랑스러웠다.
몇 년간 사람을 지독히도 싫어한다고 느꼈고, 어떻게 하면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왔는데 오래 전부터 사랑해오던 것들을 통해서 조금씩...
답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 같다.
한때는 나약한 내 모습이 싫어서 내가 의지를 해온 모든 사람들을 단절하고 온전한 독립을 꿈꾸었지만,
결국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면 나는 그들을 돌보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