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외식창업의 첫 단계로 시장분석에서는 기업이 시장조사의 일부로서 시장의 크기를 측정하고 시장특성을 판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장분석을 할 때 상권이 중요하지만 무턱대고 좋은 입지에 싸고 좋은 매물이 나왔다고 계약부터 덜컥 하는 것은 금물이다.
적어도 내가 팔려는 제품이 어떤 환경에 가장 적합한지에 대한 이해와 실전 적용이 중요하다.
외식 창업이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지역 문화, 상권흐름, 수요자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에 자신이 가진 무기 중 어떤 아이템이 가장 적확히 맞아 떨어지는지 매칭해 시스템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음 내용은 자신의 창업의 형태와 아이템을 결정할 때 도움이 되는 사례인 것 같아 이야기해본다.
B 사장님은 돼지갈비집 개인창업의 경우다. 지금은 노포로 유명하지만 1대 주인장이 처음 가게를 연 것이 1977년이다. 매일 아침 지역에서 공수하는 고기와 채소로 손님을 맞으시는데 당일 공수한 고기가 소진되면 가게 문을 닫는다.
이 집의 고기는 양념 맛이 일품이라 직화방식을 사용하지 않아도 고기를 구우면 특유의 구수한 향이 미각을 사로잡는다. 굽는 동안에도 1970년대 후반 구이문화가 대중화되어 식당에서 풍기는 냄새로 향수를 불러와 소주나 맥주를 주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장 분위기는 레트로...그 자체다. 그런데 이 레트로 꾸며낸 것이 아닌 1970년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1대 사장님은 파주지역에서 30대 중반 자식 셋을 키워내기 위해 이 장사에 뛰어드셨다. 자식도 제대로 돌보기 힘들 만큼 바쁘고 힘들었지만 한 지역에서 50년 넘게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기까지는 장사의 철학과 마인드가 명품이다. 돼지갈비 한판, 단일메뉴로 80세가 넘은 고령임에도 매일 아침, 고기 손질과 양념배합을 직접 하신다. 아드님은 서빙, 며느님은 주방의 모든 일을 보조하신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호일에 한 근 분량으로 놓인 투박한 양념돼지갈비. 이 음식을 처음 만드신 분은 어머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명절이나 중요한 날이면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음식으로 귀한 손님을 대접했는데 당시에는 자신의 어린 자식들도 쉽게 손 댈 수 없는 음식이었다고 한다. 손님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철저한 장사정신이 아닐까. 50년 넘게 이 지역에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하시고 같은 맛을 낸다.
고기는 최상의 암퇘지고기로 투박하고 큼직하다. 고기와 비계 비율이 적당해 한 입에 넣으면 식감도 좋다. 달콤하면서도 깔끔한 감칠맛에 자꾸만 젓가락이 가는 음식이다.
고기 양념배합은 매일 아침 준비하기에 신선한 풍미를 준다. 재료의 비율을 정확하게 지켜서 만든다. 집에서 한 번쯤은 먹어본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낸 맛이다. 묵직한 고기의 맛은 한 판을 다 먹을 때쯤 시원한 동치미 국물로 완성도를 높여 개운하게 한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익어가는 시큼한 무가 입안을 매료시킨다. 채소는 상추쌈, 쪽파, 매운 마늘과 고추, 고수가 나온다. 고수는 이북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라고 한다. 그리고 직접 만든 쌈장과 김치가 전부다.
지역적으로 보면 파주는 삼국시대부터 남과 북을 잇는 서부 교통의 중심지였고 역과 원이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광탄원이다. 서울에서 개성 거리가 거의 같은 지점에 위치해 나그네들이 대부분 쉬거나 자고 가며 머무르던 곳이다. 안성장 다음으로 쇠전, 즉 소를 사고파는 장으로도 유명하다.
소갈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돼지갈비는 원가가 저렴하니 양념맛이 좋으면 단연 경쟁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먹어본 이북음식은 몇 가지나 될까. 이북 음식은 대체로 과하지 않은 양념에 담백한 맛, 강하지 않은 맛으로 유명하다. 추운 곳이라는 지리적 특징과 중국의 영향을 받아 즐겨먹는 반찬으로 채소나, 김치 속 재료에도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김치에 고수를 넣어 담갔다고 한다.
파주 지역 사람들은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들보다 사람과 문물이 거쳐 지나가는 길목으로써의 구실이 더 컸던 곳이다. 임진강 주변은 자연경관이 빼어나 관광지로도 발달되어 있다. 임진강과 한강 하류의 유역평야에 입지한 파주시는 기름진 곡창지대의 하나인데 농가 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다만 제조업 인구는 전체인구의 10.6%인 3만명에 이른다.
수도권 개발유보지역이고 군사분계선에 가까이 접해 있어 2·3차 산업의 발달이 부진했으나 통일로와 자유로의 개통으로 서울과의 접근이 쉬워지면서 소규모의 공장이 계속 집중하고 있다. 제조업 공장이 있는 지역은 결혼이나 출산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라는 지표 분석 결과가 있다. 이 고깃집을 찾는 사람들은 토박이 지역민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수도권 도심에서 유입된 막 결혼하거나 출산한 젊은층, 그리고 관광객들이다. 이들에게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앞으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 고깃집은 점심시간이면 웨이팅은 기본이고 종일 손님으로 북적인다. 이 소박한 식당을 찾는 손님의 연령층은 의외로 다양하다. 이곳은 어린이부터 군인, 젊은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북적인다. 큰아들은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못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격은? 돼지갈비 600g에 1만원 어디서도 보기 어렵다.
2대 주인장도 강인한 성품에 말씀도 없으시다. 평생 쉼 없이 살아오셨음이 묵묵한 태도에서 드러난다. 개인창업은 브랜드 인지도가 적으므로 초기창업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고깃집에 적합한 자유도, 브랜드 구축 가능성이 모두 탁월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B 고깃집, 어떻게 핵심 브랜딩이 아닐 수 있나. 온라인 인지도도 높다. 손맛 좋으신 어머니와 큰아들과 며느리 셋이서 홀을 모두 관리하시는데 물이나 추가반찬 등은 셀프서비스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40년 넘도록 딱 한 번 가격을 인상하고 한 자리에서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대에 이어 아들 딸, 자녀들은 이제 장성해서 가업을 잘 이어가고 있지만 늘 장사에 바쁘셨던 부모님 등 뒤에서 한 번도 마음껏 먹어본 적 없는 그 음식이 바로 돼지갈비였다고 한다. 창업가는 주력 아이템, 이 음식이 어떤 지역에서 어떤 고객들에게 어떤 맛으로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명확한 주장과 근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