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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May 06. 2023

모두가 소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이날 단상


회사에서 어린이날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손님들이 룰렛판을 돌리면 적힌 금액만큼 할인이 되는 행사다. 물건을 산 손님들이 룰렛판을 돌리자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내 할인을 받자 뜻밖의(?) 횡재에 웃음을 짓고 돌아가곤 했다. 평소 웃을 날이 잘 없었는데,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이 날 만큼은 소소한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일의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다.

무지개색의 룰렛판처럼 추억들이 알록달록 그려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현실은 폭우가 쏟아진 하늘처럼 잿빛의 전망을 비추고 있다.


해마다 어린이날 기사를 접하면은 ’ 노키즈 존‘이야기가 단골 소재로 오르내리곤 한다. 어린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에 영업에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노키즈 존을 내세운 가게들의 입장에서 어린이들의 의견은 배제되어 있다. 어른들의 눈높이로 맞춰진 세상에서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환대가 아닌 ‘혐오’라는 사실에 이미 세상은 무지개가 아닌 잿빛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혐오를 학습하는 범주는 어린이뿐만이 아니다. 5월 3일. 서울시는 퀴어문화축제 측의 시청광장 사용 불허를 결정했다. 그 자리에 CTS문화재단이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로 사용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CTS는 반동성애와 정상치료 캠페인을 해마다 반복했던 방송사다. 청소년과 청년 회복을 위함이지만 실상은 동성애 혐오를 조장하는 집회다.


하나님의 말이 곧 권력인 종교인 기독교는 성경구절로 모든 것을 합리화하기 쉽다. 시대의 변화를 놓치기 쉽고 그로 인해 시대착오 문제가 발생한다. 가령, 레위기 말씀을 항상 인용하며 ’ 동성애=죄‘ 프레임은 해마다 반동성애 집회에서 숨 쉬듯 언급되곤 한다.


문자주의로 인한 착오적 발상과 정확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하는 목사의 권위주의가 만나 혐오집단으로 공고해진 것이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국 교회가 청년이 떠나는 이유를 동성애 때문이라고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위의 문자주의와 내부 권위주의로 인한 시대적 역행 때문이라고 본다. 고로 동성애 때문에 그렇다고 보는 교회의 입장에 공감할 수 없다.


생활동반자법도 동성 동거인을 배제하고 이성 동거인들에게만 지원하자는 방향도 의문이다. 김순남 저자의 <가족을 구성할 권리>라는 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정상범주의 결혼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다양한데 이들을 비정상 시선으로 대하는 태도에서 혐오가 서려있음을 보았다. 제도는 이들을 자유롭게 하고 보호해 주는 울타리여야 하는데 이번 제도는 아예 고립을 초래하고 가족을 이루는 다양성마저 붕괴시켜 버리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성소수자 그리고 어린이 이들이 배척당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는 대부분 어머니가 많고 가사 돌봄 노동의 주체이고 정작 생계는 남성들 위주고 성별 위계와 커리어의 격차는 벌어지고 가부장제 사회와 특정 계급(성별, 나이, 직급, 이성애, 비장애) 중심으로 사회가 돌아가고 갭이 생긴다는 걸 느낀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들여다보니 책 이음새처럼 긴밀히 엮여있는 것 같다.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 개개인마다 서사를 지닌 책 같이 펼칠수록 깊고 나를 앎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들의 눈과 행동을 읽는 독해력을 절감한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도 내가 이해시킬 수 있는 사람 선에서만 간결하게 설명하고 마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세상의 폭이 좁아져만 가는구나 큰일이 아닐 수 없구나 싶다. 더러는 모든 걸 이해할 수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는 말과 유혹이 나를 삼키는데 그렇다고 이해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니 합리화하고 정당화해야 할까?


하지만 자유의 근원은 불안이고 결과가 자기 자신에게 미친다는 정희진 선생님의 말처럼 자유엔 선택 뒤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명심할 것이다. 이해하지 않고 외면하면 나는 뒤처질 것이니까.


어쩌다 일기를 쓰는데 여기까지 흘렀나, 무지개 룰렛처럼 각자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세상 속에 그들을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으면.. 그들의 자유로움과 자신이 세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되 서로를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을 견지하며 지낸다면 좋겠고..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오늘은 어린이 해방 100주년이다. 어린이와 소수자 모든 소외받거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자들이 해방되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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