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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새글 Jun 27. 2023

생일 축하해.

비록 오늘은 네 생일이 아니지만

2023.06.27


사랑하는 친구야,

네 이름은 불렀을 때어감이 참 좋아.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네 이름으로 카페 차리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네 이름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여기 다 쓰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만큼.


오늘은 네 생일이 아니지.

하지만 난 오늘 네 생일 편지를 쓴다.

왜냐하면 네 생일이 닥쳤을 때 생일 편지를 쓰는 일에 영 자신이 없기 때문이야.

요새 난 대부분의 것들 앞에 주눅이 들거든.

내가 조금이라도 용기를 낼 수 있을 때 최대한 용기를 내야만 해.

사실 오늘이 누군가에게 글을 쓰기에는 적절치 않을지도 몰라.

그래도 난 쓰고 싶어. 왜냐하면,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 위로를 받고 싶거든.

너의 말이나 글로, 어떤 행동으로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어주는 상상 속의 네 모습 그 자체만으로 위로가 돼.

그러니까 너무 뻔하지만 너는 존재만으로 내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란 말이지.

그러니 내가 오늘 네 생일 편지를 쓸 수밖에 없지 않겠니.


내가 너조차 무서워했던 순간이 있었어.

실은 지금도 그런가? 잘 모르겠어.

지난 주에는 너와 누군가를 만나고 온 금요일이 있었어.

네가 회피형이라고 지나가듯 몇 마디 한 적 있는 것은 기억나지만,

그 날은 네 말이 유독 머리에 맴돌더라.

나는 언제나 네가 건드리지 않고 상냥하게, 그러면서도 너무도 세련되게 넘어가는

그 지점을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시시때때로 부러워했던 사람이야.

그날 네 말을 듣고 나는 두려웠어.

네가 나의 무언가를 지켜주는 것에 감사했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돌변해서 ‘왜 넌 나를 건드리지 않아?’라고 요구하면 어떡하지.

나는 너무 불안하고 갈구하는 인간이라서

혹여라도 네가 원치 않는 것을 너에게 원하게 될까봐 조금은 무서웠어.

하지만 네가 힘들어하는 건 나도 힘들고

또 내가 원하는 것은 너 역시 원하고 싶어할 거라는 걸 알아.


그래서 말야.

네 생일을 맞이하여 우습게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해 본다면,

그건 언젠가 네가 원하는 걸 내게 들려주는 거야.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언젠가 네가 편지로 나에게 사랑을 들려 주었기 때문이야.

나는 언제나 내 백팩 앞주머니에 네 편지를 가지고 다녀.

너의 편지 속 나는 되게 강인하더라.

너의 말에 따르면 나는 네가 뭐라 하든 사랑을 말하더라.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있더라.

나는 네 편지 속 내가 부러웠고,

그 사랑을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는 네가 되려 사랑스러웠어.


그래서 내 생각은 이렇단다.

친구야, 너는 사랑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이야.

그렇게 사랑을 받으면 고이 간직했다가 언제고 되돌려주는 사람이지.

나는 네가 되돌려준 사랑으로 사랑에 사용되는 근육들을 다시 회복하고 있어.

네 덕분에 나는 분명 다시 용기를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다시 당당하게 사랑을 선언하게 될 거야.

편지에서 너는 너를 내 곁에 남겨달라고 했지만,

나는 언제나 네가 나와 함께해주는 것에 감사해.

내가 필요로 할 때 얻을 수 있는 자리에 사랑을 남겨 주어 고마워.


주고 싶을 때 주는 사랑은 뜨겁지만,

받고 싶을 때를 예비하여 둔 사랑은 따뜻하고 포근해.

그 온기는 절대 잊혀지지 않아. 네 이름처럼.


그런 이름을 가진 내 친구가 태어난 날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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